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주가가 치솟는 엔비디아의 모습이 몇년 전 테슬라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지 테마가 전기자동차(EV)에서 인공지능(AI)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시장의 흐름이 EV에서 AI로 전환되며 엔비디아가 테슬라의 '후계자'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해 3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올해 66%나 더 올랐다. 시가 총액은 2조달러를 넘어서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테슬라도 EV 붐이 일었던 2020년 시총 1조2000억달러를 넘기는 등 당시 대규모 랠리를 이끌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는 "차세대 애플"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EV 수요가 둔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최근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보다 주가가 31% 하락했다. 올해 나스닥 100 지수에서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아담 사르한 50 파크 인베스트먼트 설립자 겸 CEO는 “우리는 투자자들이 기술 혁신 아이디어에 푹 빠지면 논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여러번 봤다”라며 "감성이 지배하면 한계는 없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즉 엔비디아도 테슬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둘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엔비디아는 막대한 이익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500% 이상 증가해 약 30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올해는 그 두배로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가 18배 수준으로 S&P 500 주식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테슬라가 최고점에 있을 때와 비슷하다.
또 AMD 등 라이벌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는 대부분 자체 칩을 개발하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다.
사이머 바신 밸류 퍼인트 캐피털 CEO는 "AI 열풍이 지속돼 AI가 모든 곳에 배치되고 엔비디아만이 칩을 제공한다고 해도, 10년 뒤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라며 "엔비디아 주가가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 예로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꼽혔던 시스코를 들었다. 이 회사는 이후에도 꾸준한 실적을 냈지만, 주가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실을 만회하지 못했다.
또 콜 윌콕스 롱보드 애셋 매니지먼트 CEO는 "거시적인 흐름을 보고 투자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승자와 패자는 반드시 나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물론 칩 관련 회사의 전반적인 상승도 경계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