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미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작가인 레이 커즈와일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예고한 서적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를 출판한 지 20년 만에 후속작을 냈다. 이를 계기로 인터뷰에 나섰는데, 딱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이미 20년 전에 예측한 대로 현재 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최근 신간 출판을 계기로 커즈와일과 인터뷰를 진행, 소개했다.
1948년생인 커즈와일은 현재 활용 중인 AI 관련 기술을 몇가지를 만든 천재이기도 하다. 컴퓨터 과학자로 활동하며 이미지 스캐너, 광학 문자 인식(OCR), TTS(텍스트-음성) 합성기, 음성 인식 기술, 디지털 음악 키보드 등을 최초로 발명했다. 특히 그가 발명한 디지털 피아노는 브랜드가 됐다. 이 때문에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또 수명 연장, 나노 기술,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에 대해서도 해박하며, 특히 2005년 베스트셀러가 된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2029년까지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한다고 예측했다. 2045년에는 인간과 컴퓨터가 합쳐진 초인이 등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를 '특이점'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AI라는 개념조차 일반에게는 없던 출판 당시, 이런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현재 구글의 수석 연구원을 겸하는 그는 새 책을 낸 이유로 "이제는 사람들이 AI에 대해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다가올 획기적인 발전을 다시 살펴볼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2029년과 2045년의 예측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나는 일관성을 유지했다"라며 "사실 5년 뒤 AGI가 도래한다는 내 예측은 보수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2년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나는 현재의 AI 양상을 예측한 유일한 사람"이라며 "1999년에 사람들은 컴퓨터가 그러려면 1세기 이상이 걸린다고 했지만, 나는 컴퓨팅 파워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인해 30년 내라고 지목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언어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안팎으로, 15개월마다 컴퓨팅 성능이 두배씩 증가하기 때문에 더 빠른 발전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두뇌는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개인의 두뇌를 넘어서 무한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분자 크기의 나노봇으로, 일종의 BCI(두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처럼 혈관을 통해 두뇌에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기본 개념은 바뀌지 않았으나, 20년 전에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던 형태가 이제는 이미 등장한 기술 용어를 통해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특히 나노봇을 통한 두뇌 네트워크는 2045년쯤이면 현재의 휴대폰 정도로 느껴질 것으로 봤다.
대표적인 기술 낙천주의자답게 AI의 실존적 위협에 대해서는 "이미 각종 AI 안전 가이드라인 설정에 도움을 줬다"라며 "하지만 반대만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기술 불평등에 대해서도 휴대폰을 예로 들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술은 점점 저렴해질 것으로 봤다.
일자리 문제도 비슷하다. "10년 전에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같은 직업은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라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이 2030년대에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술을 통한 불멸 추구 계획도 거듭 밝혔다. 나노봇이 신체를 수리해 수명을 늘리고, 언젠가는 정신을 기계에 업로드한다는 내용이다.
커즈와일은 기술 도달 시점까지 살아남기 위해 하루에 80개의 알약을 먹는다고 밝혔다. 여의찮을 경우 극저온 냉동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간 대 AI 대결 구도가 아니다. AI는 언젠가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전에는 실현 불가능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게 해주는 꽤 환상적인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