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CEO가 인텔의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형식은 사임이지만, 사실상 이사회로부터 해임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의 퇴임으로 회사 일부를 매각하는 안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2일(현지시간) 겔싱어 CEO가 이사회 및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같은 날 소식통을 인용, 이미 지난주 이사회의 압박으로 자리를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사회는 그의 인텔 회생 계획이 효과적이지 않고 진행 속도도 빠르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텔은 새로운 CEO를 임명할 때까지 데이비드 진스너 CFO와 마이클 존스턴홀트하우스 수석 임원을 임시 공동 CEO로 임명했다.
이로써 겔싱어 CEO는 40년간 몸담았던 인텔을 떠나게 됐다. CEO 자리는 2021년 이후 4년을 못 채웠다.
과거 인텔의 전성기를 재연하기 위해 애썼으나 재임 기간 중 주가는 61% 하락했으며, 매출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붐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CPU 시장에서는 AMD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최근 급부상한 데이터센터용 칩 시장에서는 ARM에 밀렸다. 엔비디아 GPU에 도전한 '가우디' AI 칩도 결국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며 올 하반기에는 1만5000명 이상 직원을 감축하고 일부 공장 설립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한발 더 나아가 회사 일부를 외부에 매각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가 이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그의 퇴임으로 인텔의 분할 판매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전망했다. 얼마 전 인수설이 돌았던 퀄컴을 비롯해 아폴로 등 여러 회사가 거론되고 있다.
쿠니얀 소바니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는 "이번 리더십 변화는 인텔의 매각 가능성을 높인다"라며 "겔싱어는 회사 분할을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회사 정상화에 걸리는 오랜 시간을 주주들은 견딜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겔싱어 CEO는 "인텔을 이끈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고, 이곳은 직장 생활의 대부분이자 내 삶 자체였다"라며 "아쉽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회사를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