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처럼 생긴 고정익 드론(fixed-wing drones)은 고속으로 장거리를 비행, 회전익 드론(rotary wing drones)보다 훨씬 넓은 작업 범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륙과 착륙을 위해서는 비행기처럼 넓은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처럼 '다리'를 다는 방법이 등장했다.
스위스의 로잔 연방 공과대학 지능 시스템 연구실은 4일(현지시간) 네이처를 통해 '새에서 영감을 받은 다기능 다리를 통한 빠른 지상-공중 전환'이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드론의 다리로 인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 즉 땅 위를 걷고 스스로 이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리를 이용해 점프하면서 이륙하는 것은 정지 상태에서 이륙하는 것보다 10배 정도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개발 중이지만, 착륙할 때 새처럼 다리를 이용해 충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밖에도 다리를 이용한 수영, 앉기, 물건을 잡기 등 유용한 기술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들이 공개한 드론은 까마귀를 의미하는 '레이븐(RAVE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개폭은 1m, 몸길이는 50cm에 4초 내로 1m를 걸을 수 있고, 12cm 간격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26cm 장애물 위로 점프할 수 있다. 점프 이륙을 위해 초속 2.2m로 달릴 수 있다.
다리는 생물학적 원리에 따라 힘줄과 같은 스프링과 유연한 발가락을 갖췄다. 특히 걷거나 뛰는 것은 물론 점프하기 위해 탄성 발가락을 도입하는 등 발가락에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트 중에는 적당한 발가락을 갖추지 못하면 드론이 코를 박고 넘어지는 경우가 속출했다.
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갖춘 발가락을 도입하기 위해 액추에이터를 마구잡이로 추가하면 드론의 무게가 늘어난다는 문제가 생긴다. 레이븐은 총 620g으로, 발과 발가락, 액추에이터 등은 230g에 달한다.
연구진은 "관찰 결과, 새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대신 땅 위를 걸어 다닌다는 것을 발견했다"라며 "이는 에너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는 것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에너지 효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드론에 다리를 붙이거나 펄럭이는 연구가 등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엔지니어링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기술 실현이 더 용이해졌다는 평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