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이 미국 반도체를 쉽게 구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반도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하는 미사일과 드론 제조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일부 러시아 유통업체들이 미국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온라인 스토어와 동일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기업들은 이를 통해 쉽게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으며, 제품은 러시아 외부의 회사들을 통해 배송된다.
특히 한 주요 유통업체는 올해 8월까지 TI 제품에 대한 4000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했으며, 물량은 수십만개에 달했다. 이 중 약 400만달러(약 57억원) 규모의 주문은 러시아 군대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은 홍콩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러시아로 배송됐다.
리처드 블루멘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9월 상원 조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러시아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TI는 온라인 판매 통제에 소홀했으며, TI의 반도체는 러시아의 무기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무기에서 4000개 이상의 미국 부품을 회수했으며, 그 중 14%가 TI 제품으로 극초음속 '킨잘' 미사일과 '랜싯-3' 드론에서 발견됐다.
다만 TI는 저비용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최종 구매처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TI는 매년 평균 400만건 이상의 주문을 심사했으며 우려되는 수천건의 주문을 취소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중국에서는 한 사업가가 수백개의 'H200' GPU가 장착된 24개 이상의 H200 기반 슈퍼마이크로 서버를 밀수했다고 자랑하는 영상을 X(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이 장면을 보면 트럼프가 화를 낼 것"이라며 조롱했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 없이 엔비디아는 'H100'과 최신 H200 GPU를 중국 기업에 공급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택배업체 네트워크가 통제를 우회하고 있다.
8월 현재 70개 이상의 유통업체가 제한된 프로세서를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마케팅하고 있으며, 많은 유통업체가 최근 몇주간 GPU나 서버를 중국으로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 우크라이나 "올해 전쟁에 드론 130만대 투입...AI로 전쟁 양상 변해"
- "중국, GPU 인도서 밀수...세계 최대 AI 클러스터 구축 가능"
- 중국, 유령 회사 만들어 엔비디아 칩 밀수…"중국군에 공급"
- 엔비디아, 중국서 자율주행 200명 채용..."중국 패싱 사실 아니야"
- 미국, 첨단 GPU 중국 유출 방지 위해 '국가별 할당제' 준비
- 러시아, 서방 제재로 AI 개발 위해 중국과 협력
- 빅테크, 바이든 행정부 AI 칩 수출 금지 강화에 비난..."임기 말 고집에 불과"
- "중국 AI 기업, GPU 밀수 대신 데이터 해외로 운반해 모델 학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