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2025(SXSW 2025)’는 영화와 TV, 음악, 게임 등 콘텐츠와 첨단 기술이 혼합된 독특한 행사다. 1987년 시작, 이제는 전 세계 50여국에서 업체와 2만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굵직한 무대로 성장했다.
올해도 벤 애플렉과 니콜 키드먼 등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또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과 같은 기술을 중심으로 500여개 업체가 부스를 차리고 수백개의 세션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IBM과 삼성전자도 포함됐다.
밴드들이 등장하는 음악 페스티벌과 온갖 영상과 인터렉티브 미디어가 난무하는 행사 특성상 현장은 매우 요란하다.
이 가운데 유독 '고요함'으로 주목받은 부스가 있다. 우선 캠핑 의자나 테이블 등 야외 캠핑장 같은 비주얼로 눈길을 끌고, 이어 편안한 의자에 앉아 공간음향이 적용된 캠핑장 사운드를 들으며 눈을 감고 쉬어갈 수 있도록 구성한 가우디오랩(대표 오현오)이다.
부스에는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가우디오랩의 헤드폰 공간 음향(바이노럴 렌더링) 기술이 적용, 실제 캠핑장에 온 것과 같은 정교한 소리로 구현했다. 관람객들도 복잡하고 시끄러운 전시장에서 느낀 뜻밖의 고요함과 강렬한 사운드 효과 때문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와우”라며 찬사를 보낸 관람객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가우디오랩은 기술을 보여주는 것, 즉 '비주얼라이징(visualizing)'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 이는 단순히 부스를 잘 꾸미는 것을 넘어서, 숱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가우디오랩 관계자는 “복잡한 기술일수록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전시 부스 현장에서의 경쟁은 생각보다 더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수백, 수천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관람객의 시선 한번 받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소리’라는 감각에 집중하는 가우디오랩은 관람객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것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비주얼라이징이라고 부르며, 일관적인 시각화와 직관적 체험인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가우디오랩 부스 앞에서 발을 멈추고 기술 시연을 보며 즐거워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CES처럼 빽빽한 전시 공간에서는 더 정교한 시각 전략이 요구된다고 소개했다. 가우디오랩은 배경 그래픽이나 영상에 일관적인 톤과 매너를 적용, 주변 부스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독립된 공간처럼 연출하는 방식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디오 AI 기술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각화 전략이다.
공간 음향이나 오디오와 같은 기술은 결국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체험에 초점을 맞춘 몰입형 공간으로 부스를 구성한다고 전했다.
차량이나 모바일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적용 가능한 AI 노래방 솔루션 ‘가우디오 싱’도 소개할 때에는 부스에 직접 노래방 마이크와 시연 프로그램을 설치,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한 음악 교육 및 청각 보조 디바이스 제작사는 가우디오 싱에 주목, 결국 NDA를 체결하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본 주요 방송국도 가우디오랩의 ‘CES 2025’ 혁신상 수상작인 음원 교체 및 자동 더빙 기능에 주목, 실무자부터 이사진까지 잇달아 부스를 방문했다. 이후 양사는 기술실증(PoC) 계획을 수립하고, 기술을 일본에 적용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우디오랩은 헤드폰 공간 음향(바이노럴 렌더링)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을 계기로 2015년 설립된 오디오 기술 스타트업이다. 8명의 음향공학 박사를 포함해 40여명의 오디오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물론, OTT와 스트리밍, 자동차, 휴대폰 및 영화관 등에 적용되는 AI 오디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가우디오랩은 세계적인 음향 기술과 함께 다년 간 전시회에서 쌓은 비주얼라이징 노하우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확대 중이다.
또 SXSW 혁신상 파이널리스트(2024년), CES 혁신상 3년 연속 수상(2023~2025년) 등 글로벌 어워드를 통해 기술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