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가
순천만습지 위를 천천히 넘고
도시의 하루가 깨어난다.
그 풍경 사이에
아주 조용하지만
단단한 연결선 하나가 새롭게 놓였다.
이름은 '생태거리 교량교'.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다리가 아니다.
그 다리는 도시의 심장과
자연의 폐를 잇는 혈관이 되었고,
오래된 병목과 낡은 관행을 조용히 해체하며
새로운 질서를 한 줄기 길로 풀어냈다.
2022년 겨울, 첫 삽을 들었다.
그리고 약 2년 반의 시간 끝에
이 다리는 길이 165미터
왕복 4차선의 강건한 몸체를 갖추고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길목에 서게 되었다.
다리는 크기보다 '마음'을 더 크게 품었다.
43톤 중차량도 거뜬히 품고,
하천의 물길을 해치지 않기 위해
11개의 교각은 단 두 개로 줄었다.
3경간 구조라 불리는 이 설계는
기술이 자연에게 보낸 사과와 다짐 같은 것이다.
옛 다리는 1967년부터 50년 넘게 순천을 지켜왔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그 다리는 물러나야 했다.
시간은 흘러도, 도시의 품격은 멈추지 않는다.
순천은 낡은 길을 헐고,
그 자리에 '미래의 다리'를 놓았다.
그리고 이 다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2028년까지
도사동 통천정미소까지 이어지는 도로도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된다.
교통의 흐름은 물론
도시와 자연을 잇는 정신의 흐름도
더 넓고, 더 유려해질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빠른 길이 아니라,
안전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드는 것이 도시의 역할입니다."
순천시 관계자의 말처럼
이 다리는 속도보다 조화를 선택했다.
자연과 인간이
마주 보며 다리를 놓는 도시, 순천.
그 다리 위에 서면 알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통행의 경로가 아니라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도시의 고백이라는 것을.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