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착과 편법, 이제는 데이터가 말한다"
지방행정의 AI 감사시스템 도입과 인허가 의혹 사례
공공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익 개발, AI가 가른다
지방자치단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은밀한 유착, 편법적 행정처리, 그리고 불법을 가장한 합법 행위가 시민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AI)이 이를 감시하고 분석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단순히 사람이 알아채기 어려운 부패와 불합리를, AI는 데이터로 파악한다.
최근 일부 지자체와 기술기관들은 AI 기반 공공부패 탐지 시스템 도입을 본격화하며, 그동안 은폐되기 쉬웠던 부조리 행정을 사전에 방지하고 사후에도 역추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청렴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며, AI는 그 핵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AI는 수많은 공공데이터 속 비정상적 패턴과 의심스러운 반복성을 탐지한다. 예를 들어, 공공계약에서 특정 업체만 반복적으로 낙찰되거나, 단독 입찰로 사업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인허가 처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거나 반복 민원이 지속적으로 무시되는 정황 등을 AI는 포착할 수 있다.
출장비, 접대 내역, 회식 기록 등 다양한 지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업자와 공무원 간의 비정상적 접촉 관계를 의심할 수 있고, 제보나 민원 문서에서 반복되는 '봐줬다', '특혜다' 등의 키워드도 AI가 자동으로 인식해 의심 지점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시간, 담당 공무원, 부서, 지리적 관계망과 연결하면 AI는 잠재적 부패 흐름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사람이 단편적으로는 알기 어려운 연결 고리를, AI는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사례로 보는 AI 필요성: 환경업체 자원순환시설 인허가 의혹
AI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례가 있다.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진 전남의 한 환경업체의 자원순환시설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2009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10여 년간 추진되지 않다가, 2023년 11월 특정 환경업체가 인허가를 받아 전격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약 11개월간의 인허가 중단기, 명확한 정보가 없는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 그리고 절차적 투명성을 의심케 하는 일련의 정황들이 제기되었다.
만약 이 사례에서 ▲계약 및 사업자 변경 이력의 비정상적 빈도, ▲인허가 공백기에 대한 행정의 관리 문제 징후 등도 사전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 다른 행정 경우에도 ▲예산·출장·카드 내역에서의 유착 의심 행동 패턴과 같은 정보가 데이터로 존재했다면, AI는 이를 사전에 경고하거나 사후에라도 명확히 추적해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폐기물시설 인허가 문제가 아니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사익 개발 가능성을 AI가 어떻게 밝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청렴행정 강화를 위한 AI 활용의 필요성
지자체가 추진하는 청렴행정은 단순히 부패 방지를 넘어, 시민 신뢰의 기반이다. 그러나 수많은 행정 절차와 이해관계가 얽히는 현실에서, 사람의 눈과 판단만으로는 모든 부조리를 가려내기 어렵다.
그래서 AI는 감시자이자 보조자이며, 때로는 내부고발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제보와 민원은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증거 부족'으로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는 객관적인 행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수치화하고 정량화함으로써,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공정성과 책임성을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Google AutoML, KoBERT, Neo4j 같은 기술을 활용한 AI 시스템은 계약, 허가, 민원, 출장,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통합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패턴화해 알려준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조작 방지 기능까지 덧붙여 데이터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AI는 행정의 감시자이자 기록자다." 사람이 놓치는 반복과 구조적 왜곡을, AI는 정확하게 드러낸다. 지자체가 스스로 청렴을 입증하고자 한다면,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시민의 목소리와 AI 기술이 만나야 더욱 강력한 견제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제보와 민원이 AI를 통해 증거화되고, 행정 데이터를 통해 현실화될 때, 그 파급력은 배가된다.
청렴하고 신뢰받는 지방행정을 위해서는 더 이상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감시"의 기술적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시민과 기술이 함께 만드는 공공 감시 체계.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지방행정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