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와 전남 무안을 찾았다. 지역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걸 말해주세요. 도와주려고 왔는데 왜 말을 안 합니까?" "이걸 하고 싶다. 그걸 위해선 이게 필요하다. 그러면 이런 결과가 예상된다를 말하세요."
이 말은 단지 현장에 있던 인사들만이 아닌, 전남 도민 모두가 되새겨야 할 발언이었다. 그런데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 등은 정작 필요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울산시장은 "이 사업엔 국비 1,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꼭 지원해주십시오."라고 구체적 수치를 들어 요구한 반면, 전남 관계자들은 "전력이 부족합니다." "기업이 오려다 안 왔습니다."로 그쳤다. 대통령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 부족 ①: 전기 설비도 없이 기업 유치?
전남은 AI 산업·자율주행차 산업 유치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기본 인프라인 전력망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전력은 2028년까지 전력망 확장 계획이 없다. 그런데도 전남은 전력 확보 방안 없이 기업 유치만 외쳤다.
실제로 외국 기업이 전남으로 들어오려다 전력 문제로 필리핀으로 빠진 사례도 있었다. 도지사는 "2025년까지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 예산은 얼마이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명확히 요구했어야 했다.
준비 부족 ②: 국립의대 신설, 또 침묵
국립의과대학은 전남의 수십 년 숙원 사업이다. 의료 격차가 큰 지역 특성상 절실한 과제이지만, 대통령 앞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꺼낸 정치인은 없었다.
다행히 이병운 순천대학교 총장이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요청했고,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기에 국정과제에 포함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사안을 지역 정치인 누구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명확하게 다시 한 번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준비 부족 ③: 국가산단 지정, 왜 강조 못했나
순천과 광양은 전남 동부권 산업 발전의 핵심 축이다. 국가산단 지정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발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앞에서 이 얘기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울산·경북 등은 사업 배경, 필요 예산, 예상 효과를 수치로 제시했지만, 전남은 구체적 근거 없이 방향성만 언급했다.
전남 동부권 국회의원 다수는 회의에 불참했으며, 참석자들도 구체적인 요구나 설명 없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도지사 역시 지역별 주요 현안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모습이었다.
"도지사라면 딱! 하고 말해야 한다. 도민은 결과를 보고 싶다." 이는 도민들의 목소리다. 말이 아닌 숫자와 계획으로 설득해야 한다.
기회가 다시 온다면, 정책자료를 '1장 요약본'으로 만들어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이 들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은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준비된 지역만 발전한다." 울산은 그 준비가 되어 있었고, 전남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도민이 먼저 알고, 정치인을 바꾸고, 행정을 깨워야 한다. 전남이 기회를 다시 잡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가 필요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