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싱가포르에서 중국으로 빼돌린 사건의 재판이 8월로 연기됐다. 이는 이번 사건에 딥시크가 연계됐다는 의혹을 정밀하게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27일 로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엔비디아 GPU를 중국 기업에 넘긴 혐의를 받는 남성 3명에 대한 재판을 8월22일로 연기했다.
이는 이번 사건에 딥시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주 미국 고위 당국자는 딥시크가 중국 군대 및 정보기관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또 동남아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엔비디아 칩에 불법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22년부터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이유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법원은 새로운 증거를 검토하고 해외 기관의 회신을 받아야 한다는 검찰 입장을 수용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싱가포르 국적의 아론 운 궈지에, 알란 웨이 자오룬, 그리고 중국 국적의 리 밍 등이다. 이들은 2023년과 2024년 동안 서버 공급업체에 허위 진술로 서버를 구매한 뒤 실제 최종 사용처를 숨긴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됐다. 당시에는 중국 기업이라고만 알려졌을 뿐이다.
K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부 장관은 3월 익명의 제보에 따라 수사를 벌였으며, 사기 사건에 연루된 서버 일부에 엔비디아 칩이 포함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버들은 델 테크놀로지스와 슈퍼마이크로가 싱가포르 업체에 공급한 뒤 말레이시아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말레이시아가 최종 목적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싱가포르 내에서 허위 진술을 통해 AI 칩이 포함된 서버를 수출한 것으로 의심받는 총 22명과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더 광범위한 경찰 수사의 일부다. 싱가포르는 중국의 AI 칩 밀반출의 주요 중간 경유지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2월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싱가포르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매출 시장으로 전체 수익의 18%를 차지했다.
다만 이는 실제 출하량이 아닌 청구지 기준 수치로, 실제 싱가포르로 출하된 물량은 전체 매출의 2% 미만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싱가포르를 글로벌 거래를 위한 청구 및 유통 거점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한편, 딥시크는 최근 국제적인 압박이 점점 심해지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딥시크를 빌미로 중국 AI 모델의 정부 기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또 전날에는 독일 정부가 데이터 불법 전송을 이유로 구글과 애플의 앱 스토어에서 딥시크 앱을 제거하라고 압박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