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향하는 인공지능(AI) 칩 수출을 제한하는 새 규제를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이 동남아시아를 통한 기술 유출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의 AI 칩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밀수출을 차단하려는 새로운 방안이다.
미 상무부가 마련 중인 초안 규정은 미국이 이미 중국에 대한 AI 칩 직접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조정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발표됐던 ‘AI 확산(AI diffusion)’ 규제의 글로벌 적용을 공식 철회하고, 이를 대체할 트럼프식 AI 수출 통제 전략의 첫 단계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초안은 포괄적인 대체안이라기보다는 제한적인 범위에 그치고 있으며,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미국산 AI 칩을 사용할 때의 보안 조건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다뤄지지 않은 상태다.
상무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엔비디아와 말레이시아·태국 정부도 별도의 논평을 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과거 일반적인 발언에서 AI 칩이 제3국을 거쳐 중국으로 유입된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동남아시아는 AI 칩의 주요 수출 및 제조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오라클 등 글로벌 IT 기업이 데이터센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말레이시아로의 AI 칩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 지역에서의 밀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다.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AI 서버의 최종 목적지를 조작한 혐의로 세명이 기소됐으며, 이 서버에는 고성능 엔비디아 칩이 포함됐으며 딥시크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규제 강화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작용하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미국과 우호적인 몇몇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규정 시행 후 몇개월은 면허 없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AI 칩을 계속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될 전망이다. 또, 반도체 공급망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예외 조항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시설은 칩의 패키징 등 핵심 공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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