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8일 제1회 방위산업의 날을 맞아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가 경제 기여도가 강조되는 지금, 전남 동부권의 방산·우주산업 육성 비전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다.
전라남도는 일찍이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을 미래 핵심 공급 산업으로 지목하고, 전남 동부권을 미래 첨단 산업 거점으로 삼아 우주발사체 국가산단 조성과 여수산단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 신소재 및 첨단 기업 유치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야심 찬 계획에 비해 현재 전남도의 구체적인 활동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들려온다. 특히 사흘간 이어진 방위산업의 날 행사 동안, 전남도가 직접 행사를 기획하거나 지자체 홍보관을 마련해 지역 기업들에게 사업적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래 유망하고 수요가 많은 방산·우주산업 분야에서 전남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단순히 선언적인 발표를 넘어, 이제는 진정한 혁신과 실행력을 보여줄 때이다.
■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전남의 잠재력
일각에서는 전남이 방산·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는 전남 국방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컨퍼런스 좌장을 맡으면서, 또한 전라남도 우주발사체 특화지구 추진단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전남의 국방우주산업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전남 동부권은 "어렵다"는 것이 편견이라는 명확한 강점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독보적인 지리적 이점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은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 기지로서, 우주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이는 곧 발사체 생산, 조립, 시험 등 관련 기업 유치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특히 군사용 위성 발사 및 관련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입지다.
둘째, 기존 산업단지의 활용 가능성이다. 율촌산단과 여수산단 등 대규모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단지는 정밀화학, 신소재, 금속 가공 등 방산·우주산업의 핵심 소재 및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기반 기술과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이는 산업 전환 및 고도화를 통해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셋째, 국가산단 조성 가능한 유휴부지의 존재이다. 넓은 개발 가능 부지는 신규 방산·우주 기업 및 연구시설 유치를 위한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며, 이는 타 지역에 비해 전남이 가진 큰 경쟁력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조건들을 바탕으로 전남은 충분히 방산·우주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물리적 여건이 아니라, 이를 현실화할 강력한 실행 주체가 과연 있는가 하는 점이다.
■ 혁신적 조직 개편과 기업가 마인드가 기회를 현실로
우선, 전남 동부권의 산업 육성을 책임지는 공무원 조직과 이를 실행하는 전남테크노파크(TP)는 시민을 위한 혁신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의 틀 안에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절실한 기업가 마인드로 무장하고, 불필요한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기업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축이 될 각 지역 대학의 전문 분야 교수들은 더 이상 연구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전남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고, 현장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 학문적 지식을 지역 산업에 접목하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내부에만 인재를 국한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 인력을 과감하게 영입하여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외부 인재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 관행을 깨고 미래를, 시민의 선택이 곧 기회의 시작
방산·우주산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혁신이 요구되는 분야이며, 이는 곧 탄탄한 공급 산업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미래 산업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 이를 실행하는 주체들의 의지와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일하는 정부'로 변화하며 정책의 실행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비단 중앙 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남 동부권의 미래 역시, '일하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제는 말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전남 동부권이 대한민국 방산·우주산업의 핵심 거점이자, 탄탄한 공급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 활력의 엔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주체는 결국 우리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 내년에 다가올 지자체 선거에서, 시민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일하는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상투적인 비전을 넘어, 관행을 깨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용기 있는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전남 동부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양현상 전문 위원(한국국방융합기술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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