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재명 정부의 '지방 5극 3특' 공약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해법이 될 수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전국 각지에 특화된 성장 거점을 육성하고, 지방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이 구상은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경남 서남권과 전남 동남권을 잇는 '방산우주산업벨트' 조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제안은 영호남 상생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필자는 방산우주산업의 전문영역을 바탕으로 활동하면서 경남과 전남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지방을 발전시켜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다양한 방안들을 구상하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방의 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 산업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안하는‘방산우주산업벨트’조성은 언뜻 보기에는 분리된 두 지역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갈 수 있을지 막연할 수 있다. 본 칼럼에서 '방산우주산업벨트' 조성의 필요성과 조성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시작으로 구체적 방법을 함께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 경남 서남권과 전남 동남권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

두 지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는 각자의 독보적인 강점 때문이다.

경남 서남권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심장부다. 창원과 사천 등지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같은 국내 굴지의 방산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탄탄한 산업 인프라와 기술력을 자랑한다. 특히, 전국 방산 매출액의 36.7%(수출액의 43.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이다. 또한,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서 항공기 및 위성 관련 연구 개발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어, 우주항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동 대송일반산업단지 등 방산 기업 입주 가능한 산업단지도 풍부하다.

전남 동남권은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한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순천에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설립하면서, 전남을 발사체의 핵심 생산 기지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남테크노파크 우주항공산업센터 등 관련 기관도 존재하고 있다. 경남에 비해 방산 기업 밀집도는 낮지만, 우주 발사체 기술은 장거리 미사일 등 방산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여수, 순천, 광양 등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처럼 경남 서남권은 항공기와 위성체 및 기존 방산 역량을, 전남 동남권은 우주발사체 분야에 특화된 강점이 있다. 이 두 지역을 하나의 벨트로 묶는다면 마치 퍼즐 조각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강점은 더욱 강화되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방산우주산업벨트' 조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방산우주산업벨트는 단순히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제안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공약의 핵심은 초광역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남 서남권과 전남 동남권은 상호 보완적인 벨트 구축을 통해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영호남이 손을 맞잡고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첫째, 국가 경쟁력 강화다.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은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산업이다. 두 산업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산업 생태계 확장 및 일자리 창출이다. 방산과 우주산업은 첨단 소재, 부품, 장비, ICT 등 다양한 연관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벨트 조성을 통해 관련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육성을 촉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연구 개발 및 인력 양성의 요람이다. 방산우주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벨트 내에 연구 기관이나 대학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공동 연구 개발을 활성화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정부의 지역 인재 육성 정책과도 궤를 같이할 수 있다.

넷째,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극대화이다. 정부는 이미 경남을 '위성 특화지구'로, 전남을 '발사체 특화지구'로 지정하여 2024년부터 2031년까지 약 6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과 연계하여 경남 서남권-전남 동남권 벨트를 조성하면 더욱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 구체적인 벨트 조성 전략

성공적인 벨트 조성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초광역 협력체를 구성해야 한다. 경남도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방산우주산업벨트 추진단(가칭)'을 구성하여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중앙 정부(우주항공청,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명확한 역할 분담 및 특화를 위해 경남 서남권(사천 중심)의 항공기 개발, 위성체 및 위성활용 서비스, MRO(유지보수) 등 우주항공산업 전반 및 기존 방산(육상, 해상 무기체계 등) 분야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 전남 동남권 (고흥, 순천 중심)으로는 우주발사체 개발 및 생산, 발사장 운영, 발사체 추진체 및 엔진 개발, 위성 관제 등 우주 발사체 특화 거점으로 집중한다.

공동 연구 개발 센터 설립을 추진하여 양 지역의 대학(전남대, 경상대), 연구기관,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 개발 센터를 설립하여 첨단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촉진해야 한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 우주 모빌리티 등 미래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방산우주 분야 특성화 학과를 신설하고, 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방산우주 특성화 대학원 설립이나 계약학과 운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단지 및 테스트베드 조성을 통해 경남 서남권에 방산우주 기업 집적화를 위한 특화 산업단지를 추가 조성하고, 전남 동남권에 우주 발사체 관련 시험 시설 및 테스트베드를 구축하여 실제 발사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기술 검증이 가능하도록 양 지역에 지원한다.

기업 유치 및 투자 촉진으로 양 지역의 인센티브를 연계하여 방산우주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관련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한다.

수출 지원 강화하여 K-방산 수출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벨트 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 마케팅,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등 수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도전 과제와 극복 방안

이러한 구상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물론 있다. 지역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며,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방산우주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도 있다. 지방 5극 3특이라는 큰 틀 안에서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더불어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과 양 지역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도전 과제들이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지역에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주거, 교육, 문화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남 서남권과 전남 동남권을 잇는 방산우주산업벨트는 단순히 산업 지도를 그리는 것을 넘어, 영호남의 오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비대가 가져오는 낭비 요소가 엄청나고, 지역이 고루 발전하지 않으면 많은 갈등 요소를 발생시킬 것이며, 나중에는 엄청난 갈등 관리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지역구도 극복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라고 했다. 이 벨트에서 쏘아 올리는 것은 비단 방산우주산업만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지역 균형 발전의 꿈, 그리고 영호남 상생의 희망이 함께 솟아오를 것을 기대해 본다.

양현상 전문 위원(한국국방융합기술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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