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주발사장의 역할은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국가적 행사를 치르는 '상징적인 장소'에 가까웠다. 그러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주발사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이벤트 공간이 아닌, 글로벌 우주 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고속도로'로 그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 이제 우주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마치 급증하는 물동량을 처리하듯 한 달에 1개 이상의 위성 발사체를 쏘아 올려야 하는 수준의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왜 '한 달에 1회 이상'의 발사가 필요한가?
이러한 폭발적인 발사 수요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이유들이 있다.
첫째, 위성군(Constellation) 구축 및 유지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원웹(OneWeb)과 같은 저궤도 위성 통신망은 수백에서 수천 개의 위성으로 구성된다. 이 거대한 위성군을 구축하려면 초기 수많은 위성을 발사해야 하며,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 나는 위성을 교체하기 위한 지속적인 재발사도 필수적이다. 데이터 통신, 지구 관측, 항법 등 다양한 목적의 위성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발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빠른 기술 개발 및 검증 주기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기업들은 스타트업처럼 '애자일(Agile)' 방식을 추구합니다.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주기를 최대한 단축하여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시험하고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발사가 가능해진다면, 개발된 위성을 즉시 궤도에 올려 성능을 검증하고 다음 버전을 개발하는 '혁신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썻째, 다양한 수요 맞춤형 발사다. 이전에는 여러 위성이 한 발사체에 묶여 발사되는 '합승(Rideshare)'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특정 고객의 요구에 맞춰 소형 위성이나 특정 센서만을 위한 전용 발사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고객 맞춤형 우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발사 횟수를 더욱 늘리는 요인이 된다.
다섯째,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 미국, 중국은 물론 유럽, 일본, 인도 등 주요 우주 강국들은 발사 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발사 횟수가 곧 기술력과 시장 접근성을 의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잦은 발사는 곧 더 많은 우주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 고흥 우주발사장의 재탄생은 미래 성장 엔진
이러한 우주 산업의 변화는 고흥의 나로우주발사장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달에 1회 이상 발사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고흥은 더 이상 단순한 발사장이 아닌 우주 산업 생태계의 심장부로 재탄생할 수 있다.
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발사 횟수 증가는 발사 서비스 제공 기업뿐만 아니라, 위성 제조사, 위성 부품 및 소재 기업, 지상국 운영 기업, 데이터 분석 기업 등 우주 산업 전반의 가치 사슬에 속한 수많은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한다. 고흥 주변에 위성 조립 시설, 테스트 베드, 관제 센터 등이 집적화되면서 우주 산업 클러스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이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에게도 꿈의 무대가 될 것이다.
인재 유입 및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우주발사 활동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우주 과학자, 엔지니어, 기술자 등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고흥은 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인재들이 모여드는 '우주 전문 도시'로 변모하며, 이는 다시 관련 서비스 및 지원 인력의 수요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주변 상권 및 관광 활성화가 된다. 로켓 발사는 그 자체로 거대한 관광 상품이다. 발사 횟수가 증가하면 고흥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하고, 이는 숙박업, 요식업, 기념품 판매 등 주변 상권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우주 체험 시설, 교육 프로그램 등과 연계된 테마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고흥은 '우주 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인접 도시로의 확대 가능성이다. 고흥의 활성화는 전남 지역 전체의 성장 동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순천, 여수 등 인접 도시들은 고흥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우주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하여 연구개발, 부품 제조, 인력 양성 등의 역할을 분담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전남 지역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우주 수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주 발사장의 빈번한 활용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며 국가 전체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고흥 우주발사장은 우주 시대를 열어갈 핵심 게이트웨이가 될 것이며, 그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양현상 전문 위원(한국국방융합기술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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