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최근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IBM이 개발한 체스와 체커 프로그램이 인간 초보자 실력을 선보이자, 많은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부각했습니다. 그 결과, 초기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챗GPT'가 등장한 이후는 설명이 필요 없을 듯싶습니다. 이제는 근거 없는 불안이 아니라, AI가 실제로 인간이 하는 일 중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실제 사례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리고 일자리 우려에 대해 중요한, 초점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AI로 인해 없어질 10가지 직업'과 같은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리콘 밸리의 화두는 'AI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을 직업'에 이야기가 모이고 있습니다.
최근 등장한 말 중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학교 교수의 발언입니다. 그는 지난 6월 '다이어리 오브 CEO' 팟캐스트에서 "평범한 지적 노동이 가장 위험하다"라며 "배관공과 같은 직업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AI가 사람처럼 물리적 조작에 능숙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이유로, 배관공이라는 직업도 로봇이 발전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싱크 탱크인 리싱크X(RethinkX)의 아담 도너 연구 책임자가 지난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도 눈길을 끕니다.
그는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해 한세대 안에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더 낮은 비용으로 동일하거나 더 우수한 품질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한세대는 2045년을 말하는 것으로,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20살이 되는 시기입니다.
이는 단순 추측이 아니라 그의 연구팀이 역사적으로 1500건이 넘는 주요 기술 변혁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대부분 어떤 기술이 점유율을 몇 퍼센트만 높여도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변화시키는 데, 이는 평균적으로 15~20년이 걸린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이제는 생각할 수 있는 기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능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AI가 시장을 뒤흔드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그는 모든 직업이 없어질 운명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소수의 역할로 인간적 연결과 신뢰, 그리고 윤리적 복잡성 등이 필요한 직업을 들었습니다. 즉, 능력이 아닌, '인간적인' 면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대표적인 분야로 성 노동자, 스포츠 코치, 정치인, 윤리학자 등을 들었습니다.
도너 책임자는 "일부 분야에서는 인간 노동의 틈새시장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며 "문제는 수십억명을 고용하기에는 그런 직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격변이 대규모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전통적인 노동 없이도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는 풍요로운 사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후자를 달성하려면 일과 가치, 그리고 소유권을 정의하는 방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할 것으로 봤습니다.
사실,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특정 직업을 없애는 문제를 넘어, AI가 전체 직업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이제부터의 연구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누구나 이해될 만한 이론도 등장했습니다. 노동 경제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아우터 MIT 교수가 내놓은, 이른바 '매드맥스 경제(Mad Max Economy)'라는 것입니다.
영화 '매드 맥스'의 세계는 자원이 메마르고 인력만 넘치는 곳으로 묘사되며, 대부분 사람은 일부 지배 세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합니다.
오토 교수는 자동화로 인한 결과로 이처럼 일자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한때 고임금을 창출했던 기술이 저렴해지는 세상이 찾아올 것을 예측했습니다.
그는 이달 초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 리드 호프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비슷해 보인다. 즉, 모두가 어딘가의 군벌이 통제하지 못하는 남은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가 대부분의 근로자가 남은 것을 놓고 싸우도록 내버려두고, 최상위 계층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 급격한 자동화가 초래하는 위협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유한 귀중한 기술이 너무 넘쳐나서 더 이상 가치가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AI 일자리 대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될 것이고, 더 두려운 것은 AI가 인간이 보유한 지식이나 기술 자체를 흔하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1세기 전에는 타이피스트가 아주 귀중한 직업이었지만, 이제는 타이핑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장 기술자, 택시 운전사와 같은 직업도 초기에는 희귀하고 높은 급여를 받는 숙련 직종이었으나, 모두 기술에 의해 격하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대체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AI의 발전은 결국 대부분 사람을 단순 육체노동이 필요한 직종으로 내몰 것으로 봤습니다. 청소나 요식업, 경비업 등 고급 교육이 필요 없고 최저 시급을 제공하는 직종에 대부분 사람이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것이 바로 '매드맥스 경제'입니다.
그래서 그는 AI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보다 근로자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의료, 교육 등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기술로 인해 불평등이 커지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대비할 기회를 얻자는 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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