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공지능(AI)과 전기차(EV) 산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과잉투자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내렸다. 이는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과 산업 내 과잉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등장한 것으로, 중앙 정부가 산업 구조 조정에 나설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최근 열린 중앙도시공작회의에서 “AI, 컴퓨팅 파워, 신에너지차(전기차) 같은 분야를 모든 성이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전국적으로 유사한 산업 프로젝트가 난립하는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실리며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는 이른바 ‘삼패(三払) 공무원’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삼패란 세곳을 두들긴다는 말로, 자기 머리와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 있는 듯 허언을 내뱉고 이후 엉덩이 먼지를 툭툭 털고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즉, 근거 없는 낙관에 기대어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말로, 시 주석의 발언은 지방정부 관리들의 투자 계획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몇년간 중국 각지에서는 AI 열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며, 신장·내몽골 등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까지 데이터센터 건립이 붐처럼 일어났다. 이중 상당수 프로젝트는 비현실적인 계획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중국 반도체 제조 공장 줄 붕괴로 '좀비 팹'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는 관료의 스캔들로 이어졌다는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기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중국 EV 업체들이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나서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중국산 저가 차의 범람으로 일부 국가들은 자국 산업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우리는 GDP가 얼마나 늘었는지, 대형 프로젝트가 얼마나 생겼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부채가 얼마나 늘었는지도 봐야 한다”라며 “일부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를 미래에 떠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시 주석이 유럽 방문 중 “중국에 과잉 생산은 없다”라고 했던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으로,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정부는 ‘내핍 경쟁(involution)’이라 부르는 산업 전반에 걸친 과잉 경쟁 현상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으며, 시멘트·철강·태양광 유리 등 일부 산업에서는 생산량 감축이 공식 발표되기도 했다.

AI 업계에서는 특히 일부 중소 도시들이 기술 역량이나 수요 대비 과도한 인프라를 건설해 놓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이나 선전 같은 대형 기술 허브보다는, 무리하게 AI 산업에 뛰어든 중소 지방 도시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중국이 1990년대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정부가 과잉 산업에 대한 직접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HSBC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일부 산업에서는 ‘내핍 경쟁’ 해소를 위한 자발적인 생산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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