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는 수도권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AI 시대의 고속도로인 데이터센터, 전남이 놓을 차례다."
2025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산업의 형태뿐 아니라 인프라의 지리적 배치까지 다시 쓰고 있다. 연산·전력·냉각·연결성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 전략에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수도권에 있었지만, 이제 전력·공간·친환경 에너지 인프라가 결합된 새로운 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라남도가 있다.
서울만 데이터센터 도시인가? 전남이 가진 전략적 자산 3가지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단지 통신만 빠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남은 수도권에 없는 세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첫째, 전력의 보고(寶庫)다. 전남은 국내 최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자랑한다. 태양광, 해상풍력, 수력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에너지 고속도로인 송전망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이 소모하는 자원이 ‘전기’라는 점에서, 전남은 전력 자립형 친환경 데이터센터 입지 후보로 이상적이다.
둘째, 부지 확보가 가능한 넓은 평야와 연안을 보유하고 있다. 수도권은 고밀도화와 토지 부족으로 더 이상 대규모 인프라 설비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전남은 넓은 부지와 낮은 지가,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도 낮은 안정적 지형, 해상 냉각 활용 가능성 등 AI 전용 인프라 설계에 유리한 조건을 다수 갖췄다.
셋째,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전략 산업 연계성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립된 인프라가 아니다. 전남이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농업 스마트화, 바이오에너지, 해양산업, RE100 산업단지 등과 직접 연결된다.
AI 학습과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남은 ‘디지털 기반 그린산업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이제 기업이 직접 짓기보다 코로케이션 형태로 입주하는 것이 대세다. 고밀도 전력 설비, 정밀 냉각, 초저지연 네트워크, 보안·ESG까지 모두 요구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인프라는 이미 포화 상태다. 이에 반해 전남은 전력 여유, 공간 확보, 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지자체 차원의 유치 전략과 연계 시 신속한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중앙정부에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
지방이 변방이 아닌 이유…AI 시대 '디지털 주권'의 재구성
지금까지의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글로벌 도시는 당연하다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 주권, 디지털 독립성이 중요해지면서 국가는 자국 내, 지역 내 AI 인프라를 분산 구축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남은 바로 이 '디지털 분산 주권' 전략의 최적지다. 탄소중립, 전력망 독립성, 국가균형발전, AI 기반 산업 육성까지 모두 연결되는 교차점에서, 전남이 AI 인프라 거점이 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 균형전략의 필요조건이다.
ESG 시대,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미래는 전남이 가장 가까워 있다.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AWS, 구글 모두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엔 그 전력을 공급할 그리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지다. 해상풍력 클러스터, 전력 자립형 산단, 친환경 수소 연료 등이 실증 중이며, AI 인프라와 ESG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세계 최초의 'RE100 데이터센터 벨트', 전남에서 가능하다.
'디지털 석유'는 컴퓨팅 능력…전남의 기회 창구는 지금 열려 있다
SK-AWS 울산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센터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력,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이끈다. 전남도 예외가 아니다.
전남은 "AI 특화 산업단지와 연계한 지역 일자리 확대"와 "스마트팜, 해양바이오 등 전략산업과 AI 연계" 및,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청년 이주 및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적합하다.
전남은 디지털과 에너지 전환이 결합된 가장 이상적인 지역 모델이다. 기업의 코로케이션 유치를 넘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해 'AI+ESG+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전략 3대 축을 구현할 테스트베드로 키워야 한다.
AI는 수도권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AI 시대의 인프라, 즉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기회는 지방에 있다. 그리고 전남은 그 기회를 가장 먼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다. 전남이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닌, AI 인프라 주권 시대의 선도주자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금 움직여야 할 때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