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대한민국 차세대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전라남도를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7월 31일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발전 사업을 넘어, 2050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의 전진기지로서 전남이 중책을 맡게 됐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 발표는 불과 20일 전 정부가 발표한 RE100 산업단지 조성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전남이 친환경 에너지 중심지로서 제2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 전략 산업지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한 선언이 실행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감정적 환영보다는 객관적 점검과 냉철한 대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점검

우선, 전남은 에너지 중심지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전남의 주요 산업단지는 철강과 석유화학 중심의 고탄소 구조로 되어 있어, 정부가 구상한 재생에너지 기반의 마이크로그리드나 유연한 전력 계통으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기술적·물리적 간극이 존재한다.

더불어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디지털 전력망 구축을 위해서는 고도화된 계통 운영 기술, 인공지능 기반의 수요예측 시스템, 분산형 전력 관리 등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전남에는 이러한 기술 기반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실증 기반의 디지털 전력망 운용 경험도 거의 없다.

또한 인재와 연구 역량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에너지공대, 전남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우수한 교육기관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AI 기반 에너지 기술, 스마트그리드 운영, 에너지 보안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과 산업 연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주민 참여 측면에서도,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장치와 실무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주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민주주의의 토대도 불안정하다.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보완 과제와 추진 로드맵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전남은 앞으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를 현실화해 나가야 한다. 

우선 1단계로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기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단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설비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 흐름을 실시간 분석하고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병행하여 도입해야 한다.

2단계로는, 2028년까지 'K-그리드 인재 창업 밸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과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특화 창업지원센터와 기술 실증 테스트베드, 초기 투자자 유치를 위한 네트워크까지 포함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대학이 기술을 개발하고, 스타트업이 실증하고, 지역 산업이 상용화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에너지 산업의 자립적 성장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2026년까지는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마을 단위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설립, 학교나 군부대의 자가발전 모델, 지방정부와 주민 간의 이익 배분 협약 등의 실질적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성공사례를 통해 주민 신뢰를 쌓고, 참여와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를 제도화함으로써, 전남은 에너지 민주주의의 모범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단계적 추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남이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추진하려 하기보다는 중앙정부, 산업계, 연구기관, 시민사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실행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라남도는 '전력망 혁신 추진본부'와 같은 통합조직을 구축해 정책·인프라·교육·산업·주민 분야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매년 핵심 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적을 점검하며 조기에 문제를 발견해 개선하는 피드백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정책 신뢰도와 지속 가능성 모두 저하될 수 있다.

더불어 '전남형 모델'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동남아·중동·유럽 등에 수출 가능한 글로벌 K-그리드 모델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 표준과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는 연구 개발에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정부 발표는 전라남도에 있어 명실상부한 국가 전략의 최전선으로 발돋움할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를 실현 가능성 있는 미래로 바꾸기 위해선 냉정한 현실 인식과 철저한 준비가 전제돼야 한다. 

전남은 감성적 환영을 넘어 이행 가능한 실행계획과 시스템 정비를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가야 한다.

김영록 지사는 "이번 정부의 발표는 전남을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로 도약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다"면서 "전남은 도민과 함께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민주주의 모델을 실현하며, 2030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에너지 기본소득 시대를 여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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