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가 철강·항만 중심의 산업도시 이미지를 넘어, 해양수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기 위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산자원 감소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지역 수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부 정책은 현실성·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광양시가 내륙어촌 재생사업을 통해 해양수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광양시가 내륙어촌 재생사업을 통해 해양수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광양시는 '어촌뉴딜 300사업'을 통해 도촌·와우·섬진포구를 현대화하고 있다. 준공을 마친 와우·섬진포구는 관광객 유입 기반을 갖췄고, 도촌포구는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선착장·어업지원센터 정비로 어업인의 작업 환경이 개선된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관광 연계 수익 창출이 단기적으로 가시화되기 어려운 점은 한계다. 단순히 시설 개선만으로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구 인근에 특산물 직거래장터, 체험형 숙박·먹거리 콘텐츠를 결합해 ‘어촌형 마이크로 관광벨트’를 형성해야 한다"며 "주민이 직접 운영·참여하는 형태를 강화해야 지속성이 담보된다"고 제안했다. 

섬진강 재첩, 세계농업유산 등재의 기회와 위험

재첩이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국제적 브랜드 자산 확보라는 큰 성과다. 이를 기반으로 가공식품, 해외 홍보, K-푸드 확장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브랜드화'만으로는 지속적 수요 창출이 어렵다. 국제 전시회 참가나 인증서 수여식은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실제 수출이나 글로벌 인지도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표준화·위생·물류 경쟁력 확보가 동반돼야 한다.

재첩을 활용한 HMR(가정간편식)·즉석식품 개발, 해외 온라인 유통망(쿠팡 글로벌, 아마존 등) 진출, 친환경 인증(ASC·MSC) 획득을 병행해야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발전 가능하다.

광양수산물유통센터
광양수산물유통센터

수산물유통센터, 체험형 복합공간 전환의 과제

광양수산물유통센터가 도매 중심에서 체험·문화 복합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은 신선한 시도다. 교육·견학 프로그램과 직거래 장터 개설은 시민 참여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벤트성 사업'에 그칠 경우 지속 가능성이 낮다. 문화행사 중심 운영은 초기에 흥행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참여율이 떨어질 수 있다.

대안으로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수산물 가공·푸드트럭 등) ▲지역대학·조리학과 연계 프로그램 ▲디지털 유통 플랫폼(온라인 직판몰) 결합을 통해 '경제적 순환 구조'가 제시된다. 

스마트 어업·K-푸드 확장…비전과 실행력의 간극

광양시는 스마트 어업, 친환경 내수면 양식, 특산물 글로벌 브랜딩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부각·전어·벚굴 등 지역 자원을 K-푸드화하겠다는 구상은 매력적이다.

섬진포구
섬진포구

그러나 기술·자본·인력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글로벌 K-푸드'로 확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스마트 양식 시범지구를 소규모로 먼저 조성해 검증 후 확장 ▲특산물마다 '단일 브랜드 전략'보다는 '패키지형 공동 브랜드' 구축 ▲대형 유통사(이마트, CJ, SPC)와 협력해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잘한 점'으로 ▲FAO 인증을 통한 국제 브랜드 자산 확보, ▲포구 현대화를 통한 어업환경 개선, ▲유통센터의 시민 체감형 사업 확대 등을 꼽앗다.

반면에 '아쉬운 점'으론 ▲관광 연계 및 소득 창출 전략이 아직 추상적, ▲글로벌 K-푸드 전략은 실행 기반이 부족, ▲체험형 콘텐츠가 지속적 수익 구조와 연결되지 않는 점을 들었다. 

광양시는 기존 산업 구조에 편중된 도시 성장 패턴을 해양수산으로 다변화하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정책이 구호성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실행 가능한 규모의 시범사업, 민간 협력 기반 판로 확보, 주민 주도형 운영이 핵심이 될 것이다.

즉, '현대화된 포구와 국제 인증을 받은 재첩'이라는 상징적 자산을 실질적 지역 소득과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구조적 장치 마련이 지금 광양시가 넘어야 할 과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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