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음성비서 '시리'에 구글의 ‘제미나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9월9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이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22일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애플이 최근 구글과 협의로 내년 출시 예정인 새 시리의 기반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이미 애플 서버에서 구동할 수 있는 맞춤형 모델 학습을 시작한 상태다.
애플은 그동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올해 초에는 앤트로픽과 오픈A와도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자체 모델을 유지할지 외부 모델을 채택할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뉴욕 증시에서 구글과 애플 주가는 각각 2.9%와 1.4% 상승하며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리 개편은 원래 올해 봄 출시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난항으로 내년까지 연기됐다. 이후 애플은 AI 책임자 존 지아난드레아를 프로젝트에서 배제하고, 소프트웨어 총괄 크레이그 페더리기와 ‘비전 프로’ 설계자 마이크 록웰에게 통합 시리 개발을 맡겼다.
현재 애플은 통합 시리를 두가지 버전으로 병행 개발 중이다. 자체 모델을 활용한 ‘린우드(Linwood)’ 버전과 외부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글렌우드(Glenwood)’ 버전이다. 초기에는 앤트로픽이 가장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됐지만, 협상 조건이 맞지 않으면서 구글과 오픈AI까지 후보군에 포함됐다.
애플과 구글은 휴대폰 운영체제 분야에서 경쟁 관계지만, 이미 검색엔진 계약을 맺고 있다. 구글은 매년 수십억달러를 지불하며 애플 기기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채택됐으며, 이는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제미나이 협력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조건 협상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이미 삼성전자 휴대폰의 AI 기능을 지원한 경험이 있어, 협력이 현실화되면 시리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은 기기 내에서 실행되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자체 개발하는 등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해 왔다.
시리에 외부 모델을 도입한다면,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 서버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