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숙 작. 춤을 추다. 40호
이윤숙 작. 춤을 추다. 40호

자연을 향한 깊은 경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화폭에 담아온 '야생화 작가' 이윤숙이 제22회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꽃그림을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서정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예술적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윤숙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야생화에 매료되어 이를 일관되게 탐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한국화의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수묵의 번짐과 채색의 깊이를 절묘하게 결합해, 꽃잎의 미묘한 선율과 생명력을 화면에 드러낸다. 

이러한 기법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야생화의 끈질긴 생명성과 존재의 울림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야생화를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삶의 은유로 끌어올린다. 

작가는 야생화의 생애 주기(새싹, 성장, 결실, 소멸) 속에서 인간 존재와 공동체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그의 시선은 자연의 정서를 섬세히 담는 동시에, “사람이 중심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민중적 정서와 맞닿는다. 

작가노트에서 밝히듯, "풀꽃들의 향연 속에서 내 안의 꽃이 일어나 동참할 때 나는 비로소 자유"라는 고백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독창적 공간 구성과 관객과의 교감

작품의 화면은 때로는 야생화가 빽빽이 들어차 자연의 풍요를 전하며, 때로는 여백을 활용해 고요한 정서를 이끌어낸다. 

이는 단순한 구도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감상자에게 자연 속에 스며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은 그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야생화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위로와 평온을 얻는다.

이윤숙 작가 전시모습. '기억공장 1945' 전시장
이윤숙 작가 전시모습. '기억공장 1945' 전시장

이윤숙은 현재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야생화’를 전문 주제로 일관된 작품 세계를 구축한 문인화가다. 

이는 그 자체로 독창적 예술적 위치를 확립하는 동시에, 한국 문인화의 전통 속에 현대적 감각을 녹여낸 귀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개별 창작을 넘어, 문인화의 확장성과 동시대적 의미를 제시한다.

22회에 이르는 개인전의 궤적은 이미 탄탄한 창작 기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윤숙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다. 

야생화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연결, 삶과 공동체의 메시지, 그리고 서정적 감수성의 깊이는 동시대 한국화의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성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 화풍으로 평가할 만하며, 국내 한국화 화단에서 중견 작가로서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번 순천 '기억공장 1945' 전시는 단순한 초대 개인전을 넘어서, 자연과 예술, 인간의 삶이 서로 얽히는 장을 마련한다. 

야생화라는 가장 소박한 존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에너지와 치유의 언어를 전하는 이윤숙 작가의 작품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잊혀가는 '자연과의 대화'를 되살린다.

야생화의 군무처럼 조화와 생명력이 넘치는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감동을 전한다. 

이는 곧 이윤숙 작가가 한국 현대 문인화에서 차지하는 독자적 가치이자, 앞으로의 작업을 기대하게 하는 근거다.

한편 이윤숙 작가는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순천미술대전, 전남미술대전, 남농미술대전, 소치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각종 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한려대학교 미술학과 강사와 한국문인화협회 순천지부장을 역임하고, 현 한국미협 순천지부, 호미회, 현대한국화, 광주전남 문인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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