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관과 축제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바로 '미디어아트'다. 미디어아트는 오래전부터 주목 받은 혁신의 장르였는데, 근래 들어 더욱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아트란 컴퓨터, 영상,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예술을 뜻한다.
관람객이 작품 속에 들어가 체험하거나, 작품이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전통적인 그림이나 조각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최근에는 AI가 작품을 직접 그리거나, 상황에 맞춰 반응하는 ‘살아 있는 예술’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미술계도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무대와 한국의 만남…광양–린츠 익스체인지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전남 광양시와 오스트리아의 린츠가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국제 교류를 시작했다.
행사의 이름은 '광양–린츠 익스체인지 그랜트'. 한국의 '광양국제미디어아트페스티벌(GIMAF)'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이 함께 주관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에서 각각 8명의 작가를 추천해 총 16명이 후보에 올랐다. 이후 공동 심사를 거쳐 양국에서 1명씩 최종 수상이 결정되었다.
이번 심사에는 한국 측에서 ▲노소영 나비미술관 관장 ▲이경호 전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센터장 ▲방우송 GIMAF 총감독이 심사를 맡았다
오스트리아 측에서 ▲크리스탈 바우어(AE 페스티벌 총괄) ▲로라 웰젠바흐(AE 글로벌 수출 담당) ▲다니엘러 두카 드 테이(AE 큐레이터 겸 전시 프로듀서)가 참여해 국제적 시각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 선정된 두 작품 중 한국은 이진 작가의 작품 〈Liminal Ring〉이 선정됐다. 이 작가의 작품은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리미널)를 탐구하는 몰입형 설치작품이다. 관람객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Liminal Ring'은 경계성과 전환의 지점을 탐구하는 몰입형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디지털과 물리적 현실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틸 쇤베터 작가의 작품 〈Post-Eden〉은 AI 생성형 에이전트를 활용해 자연의 의미를 새롭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인간과 기술, 자연이 맺는 새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Post-Eden, generative Agents in a dynamic environment'는 생성형 에이전트를 활용해 인공지능과 자연 개념의 재구성을 시도한 실험적 작품으로, 독창성과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인정받았다.
이 두 작품은 오는 9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본 전시에서 소개된 뒤, 10월 광양 GIMAF에서도 다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미디어아트 작품이 보여줄 새로운 예술세계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예술계의 평판이다.
그 이유는 첫째, '지역 축제와 세계 페스티벌의 공동 큐레이션'이다. 지역이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세계 예술 무대의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사례다.
둘째, 'AI와 경계성이라는 현대적 주제를 다룬 수상작'이란 점이다. 21세기 예술의 중심 논의가 무엇인지 보여 줌으로서 AI가 갖는 예술영역까지의 확장성을 의미한다.
셋째, '작가 지원(그랜트)을 통한 실험 지원'이다. 신진 예술가가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AI의 예술 제도권 진입'이다. 이제 AI는 단순 보조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로 인정받고 있다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변할까? 전문가들과 예술계에선 "가까운 미래엔 작품이 관객 반응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즉흥적으로 달라지는 전시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중기적으론 "도시 데이터(교통·환경·기후)와 연결된 도시형 미디어아트 확산"을 전망하며, "장기적으론 관람객 개인의 맥락을 반영해 맞춤형 전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예측한다.
결국, 앞으로는 "작가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람객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미디어아트 영역 관계자들이 내다보는 미래다.
무엇보다 일반 관객들은 "미디어아트는 기계와 예술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장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광양–린츠 교류는 한국 작가가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큰 무대를 열었고, 오스트리아 작가도 한국을 찾게 되었다.
앞으로 미술관에서 보는 작품은 그림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AI가 살아 움직이는 예술을 만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어느덧 AI는 이제 예술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창작하는 동료인 시대가 되었다. 이번 광양–린츠 교류전은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