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인공지능(AI) 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이슈는 'GPT-5' 출시에 관한 것들입니다. AI 모델 성능 향상이 둔화됐다는 것과 이제는 실제 사용 사례, 즉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중요하다는 내용 등입니다.
또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AI 거품론을 언급했다는 것과 MIT의 보고서에서 95%의 기업이 AI로 경제적인 이익을 아직 얻지 못했다는 소식은 미국 기술주 하락을 이끈 결정적인 근거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맞물려 며칠 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AI의 도약이 둔화하는 것은 기업에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 좋은 성능의 모델이 나온다고 해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까 말까 하는 판에, 성능 둔화가 도움이 된다는 말은 언뜻 아이러니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핵심은 '모델의 성능'이 아닌, '기업'입니다.
WSJ은 생성 AI가 텍스트 요약이나 보고서 작성, 코딩 등 비즈니스에서 이미 강력하고 유용하다고 봤습니다. 대형언어모델(LLM)이 등장하기 전에는 꿈도 못 꿨던 일들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AI를 아직 도입조차 못한 상태이며, 이 상태에서 AI가 크게 개선된다면 아예 감도 못 잡을 것이 뻔하다는 것입니다.
또 챗봇 대화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될 것을 우려하거나, 재정이나 인사 등 중요한 결정을 AI에 맡기는 것을 꺼리는 등 여러 이유로 AI를 아직 지켜보는 곳도 많습니다. 세계 최고의 모델조차 환각을 보여주는 것도 기업의 AI 도입을 막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개선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은 AI를 업무 방식에 통합하려는 많은 기업에는 시간을 벌어주는 일로 봤습니다. 정신없이 바뀌는 기술에 허겁지겁 따라가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LLM의 기업 유즈케이스 구축은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마이클 추이 맥킨지앤컴퍼니 AI 부문 수석 연구원은 "혁신 속도를 높이고 안전 문제를 줄이면서 수백만명의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개선하려면 기술에 밝은 직원 몇명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는 부족하다"라며 "이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 인터넷은 사용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소비자 가정에 전용선이 60% 정도 깔리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습니다.
AI는 이보다 훨씬 까다롭고 불안정한 기술입니다. 초기 열광적인 반응 이후 사회와 비즈니스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추이 연구원은 기업의 AI 도입에는 최대 수십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현실 비즈니스와 격차가 벌어지던 AI 발전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시장 측면에서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술 공급자 시각에서 바라보던 AI를 이제는 사용자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습니다.
이번에 95%의 기업이 AI로 돈을 벌지 못했다는 점으로 유명해진 MIT 보고서도 자세히 읽어보면 제목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가 기업에서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챗GPT 같은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꼽은 것입니다. 이런 활동은 개별 직원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기업 비용과 매출에 포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라는 용어가 붙었습니다.
개인 업무를 돕기 위해 챗GPT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비공식적인 AI 도구 활용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투자수익률(ROI)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 이런 점을 무시하면 AI가 ROI에 큰 도움이 됐다는 기업은 5%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림자 경제가 회사의 수익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처럼 AI는 이제 개발자나 공급 기업 입장이 아닌, 사용자와 도입 기업으로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AI는 챗GPT 등장 이후 2년 반 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습니다. 대부분 사용자는 이제 챗봇과 대화하는 것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AI가 사람 대신 모든 일을 대신 해준다는 에이전트를 대세로 꼽습니다.
GPT-5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GPT-4o를 고집하는 사용자가 등장한 것도 마찬가지의 흐름입니다. 기술만큼 사용성이나 사례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거듭 나오는 말이지만,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서비스, 즉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현재 기술 대기업 중 상당수는 제품화나 서비스화에 성공한 곳이지, 반드시 원천 기술을 개발한 곳은 아닙니다.
또 AI의 성장 정체를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AI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술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조금 걸려도 관계없다는 말까지 나온 셈입니다.
이어 26일 주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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