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과 어떤 직종이 없어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흔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은행원이나 사무원 같은 직종을 따지더니, 올해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대졸 신입 사무원이나 코더 등의 채용이 줄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AI 기업 리더나 기술 전문가들은 과거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그랬듯, 곧 AI도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매켄지 글로벌 연구소는 최근 2030년이 되면 AI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가 세계적으로 2000만~5000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런 일자리는 의료와 기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는 설명입니다. 5년 전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는 더 낙관적인데, 2025년까지 9700만개의 새 직업이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지금까지 예측된 새로운 직업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AI 컨설턴트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고객 경험 전문가 ▲AI 보안 전문가 ▲AI 윤리 책임자 정도입니다.
그러나 조금 추상적이고 일반적이지도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이미 사라진 직업입니다.
지난 6월 뉴욕 타임스(NYT)가 소개한 'AI가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22가지'도 비슷합니다.
여기에는 AI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AI 감사인(AI auditors)이나 AI 번역가(AI translator)부터 AI가 하는 말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를 가리는 신뢰 인증자(trust authenticator), AI가 작성한 문서나 계약서를 보증하는 법적 보증인(legal guarantor) 같은 직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심지어 AI의 들쭉날쭉한 출력을 정리하는 일관성 조정자(consistency coordinator)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밖에 AI에 모자란 인간적인 공감과 이해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에스컬레이션 담당자(escalation officer)라는 직업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개발도 전문화돼, AI 통합자(integrators)나 AI 배관공(AI plumber), AI 감정인(AI assessors), 통합 전문가( integration specialist), AI 트레이너(AI trainer), AI 개성 담당자(personality director) 등으로 세분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이며, 일부는 중복적이라는 느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 가운데 NBC뉴스는 최근 실제로 AI 때문에 생긴 새로운 일거리를 찾은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AI로 만든 로고나 그림에서 생긴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을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리사 카스텐스라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AI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화가 나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업과 개인 모두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는 이미지 생성뿐만이 아니라, AI로 작성한 글이나 코드도 해당합니다. AI 생성물만으로는 단번에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수정 작업도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어떤 이미지는 AI 생성물이 훌륭해 몇군데만 손보면 끝나지만, 어떤 이미지는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합니다. 이 경우, 직접 디자인을 구성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글쓰기는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AI로 작성한 기사를 수정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이미지처럼 일부 단어를 수정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려면 관련 자료까지 직접 찾아봐야 합니다.
이처럼 AI 콘텐츠를 수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시되는 비용은 일상적인 업무보다 더 낮다고 합니다.
키샤 리처드슨이라는 작가는 "사람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그 비용 중 하나가 내 급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 없이는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AI를 좀 더 많이 사용하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AI가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 인간이 만든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는 "AI 생성물을 보면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는지까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라며 "너무 뻔하고 일괄적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런 수정 작업은 일부 프리랜서의 직업을 넘어 기업에도 등장하는 현상입니다.
바이브 코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기에서 버그나 보안 오류 등의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잦아지자, 일부 기업이 반드시 인간의 최종 검토를 거친 뒤 배포하라는 방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생성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대규모화된다면 NYT가 꼽은 신뢰 인증자나 법적 보증인도 정식 직업으로 도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직업이 등장했다는 것은 AI가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웹 개발 조직을 이끄는 하쉬 쿠마르는 "AI가 만든 엉터리 코드를 고치는 골치 아픈 일을 겪으며, 인간 개발자에게 돈을 쓰는 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라며 "여전히 인간이 장기 프로젝트에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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