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라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한 때 화제였습니다. 2021년 등장한 로지는 신한라이프 TV 광고에 등장, 유튜브에서 1000만뷰를 돌파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상 인간이라서 놀랐다"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인공지능(AI) 기술은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는 누구나 이런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로지만 해도 당시 광고 제작 비용이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연간 60억달러(약 8조3500억원) 수준으로, 아직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약 450억~500억달러(약 62조6400억~69조6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2033년에는 1000억달러(약 139조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40%에 달합니다.
최근 주목되는 사례도 몇가지 생겼습니다. 그중 미아 젤루(Mia Zelu)라는 가상 인플루언서는 지난 7월 윔블던을 관람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순식간에 5만5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이 계정에는 '인플루언서-AI'라고 명확하게 표시돼 있습니다.
이제까지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디지털'이라는 점 자체 때문에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미아 젤루의 사례는 인간 인플루언서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당연한 일입니다.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버버리와 프라다, 지방시 등과 계약을 맺고 최대 수십만달러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또 H&M은 직접 이 분야에 뛰어들어, 지난 3월 실제 모델 동의를 통해 AI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실제 인플루언서보다 엄청나게 저렴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카즈(Arcads)의 공동 창립자인 딜런 푸르니에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짧은 광고를 제작하는 데 실제 크리에이터에게 300유로(약 49만원)을 냈디면, AI에게는 10유로(약 1만6000원)밖에 안 든다"라고 말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가 2024년에 실시한 마케팅 전문가 500명 설문 조사에 따르면, 60%가 캠페인에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경험이 있으며, 15.5%는 활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다수의 응답자는 AI 인플루언서의 행동을 맞춤 설정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대형 광고 대행사의 임원은 "소비자가 이를 완전히 수용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라며 "AI라는 점을 투명하게 밝혀도 사람들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AI가 인간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더 고트 에이전시(The Goat Agency)의 전략 책임자인 자고 셔먼은 "AI는 사물을 경험할 수 없고, 피곤한 부모가 될 수 없으며, 피부 질환을 겪을 수도 없고, 음식 맛을 볼 수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성인 65%가 AI 광고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인플루언서 사기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콘텐츠 제작을 의뢰받은 크리에이터들이 편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일부 기업이나 마케팅 전문가에 한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AI는 앞으로 모든 콘텐츠 분야에 영향을 미칠 핵심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계정과 AI가 제작한 콘텐츠는 세계 최대인 메타 플랫폼의 핵심 전략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를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이제까지 사용자들이 올리던 콘텐츠 외에도 "AI가 생성하거나 AI가 요약한 콘텐츠라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는 각종 잡음이 일어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상 인플루언서가 그랬듯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에는 AI로 만든 수준 낮은 콘텐츠, 즉 'AI 슬롭(Slop)'이 범람한다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체감하지 못한 사용자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플루언서처럼 AI 생성 콘텐츠는 더 이상 저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보고 있는 것 중 상당수는 실제가 아닌 AI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인기 유튜버가 되길 바라는 꿈을 AI가 이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나 틱톡이 콘텐츠 소비 상식을 바꿨듯, AI는 콘텐츠 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에이드리언 라헨스 틱톡 전 글로벌 콘텐츠 전략 및 운영 책임자도 새로운 유형의 인플루언서, 즉 'AI 아티스트'가 새로운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AI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AI 콘텐츠 시대 개막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웨일러의 공동 창립자인 닐 웨일러는 "진정한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어 1일 주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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