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생산량을 세배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자급 가능한 AI 칩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도다.
파이낸 셜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화웨이의 AI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전용 반도체 공장 한곳이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두곳이 추가로 문을 연다고 전했다.
신규 팹이 완전 가동될 경우,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의 생산라인 전체보다 생산량이 더 많아진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화웨이가 공장을 직접 소유하는지는 불확실하다. 화웨이는 “자체 팹 설립 계획은 없다”라고 부인하면서도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SMIC도 내년에 7나노(nm) 칩 생산 능력을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화웨이는 SMIC 7나노 라인의 최대 고객사이며, 이로 인해 캠브리콘이나 메타X, 비렌 같은 중소 칩 설계사들은 더 많은 생산 할당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 이후 생긴 시장 공백을 메우면서 내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로 촉발된 중국 모델 학습용 칩 표준을 둘러싸고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딥시크의 요구 사항에 맞는 차세대 칩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딥시크는 V3.1 모델이 새로운 FP8 데이터 포맷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산 효율을 높이는 대신 정밀도를 일부 희생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보다 뒤처진 중국 칩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 발표 직후 캠브리콘과 SMIC 주가는 급등했다.
여기에 CXMT 등 중국 메모리 기업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삼성 등이 장악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도전하고 있으며, 내년 HBM3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칩·메모리·연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도구 업체들이 수년간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며 “중국판 생태계 조성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고 말했다.
또 한 투자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을 원하는 만큼 확보할 수 있어 굳이 새로운 칩으로 모델을 학습하는 실험을 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은 필요 때문에 혁신을 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캠브리콘은 올해 약 6억달러(약 8300억원) 규모 자금 조달 승인을 받았으며, 비렌과 메타X 등 4개 칩 스타트업은 연내 IPO를 추진 중이다.
특히, 캠브리콘은 올 상반기 10억위안(약 1900억원) 흑자를 기록, 지난해 동기 5억3000만위안(약 1000억원) 적자에서 극적으로 반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4배 급증한 29억위안(약 5600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급등해 일시적으로 중국 증시에서 ‘최고가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