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H20' AI 칩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보안을 빌미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노골적인 조치다.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최근 몇주간 주요 국유기업과 주요 기술 기업에 H20 사용을 자제하라는 서면 지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정부, 군사,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사업에서는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지침으로 법적인 조치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관리국(CAC)은 최근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을 소집, H20 칩 신규 구매를 일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칩 위치 추적 장치’와 데이터 유출 ‘백도어’ 등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H2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며 판매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을 부과했다. H20는 엔비디아의 최상급 AI 칩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중국 AI 산업의 모델 추론 단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다. 이에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은 최근까지 약 70만개의 H20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들은 당분간 엔비디아 제품으로 확장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엔비디아는 이미 “백도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반도체를 사용하라는 압박이다. 실제로 화웨이와 캄브리콘 등 중국 반도체 기업 주가는 관련 소식 이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직 서방 칩을 완전히 대체할 기술력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정부가 규제 불확실성을 활용해 자국 시장을 ‘내수 흡수’ 구조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