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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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특혜 조치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중국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의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연방관보를 통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면제 자격을 120일 뒤 철회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VEU 제도는 지정 기업이 미국 장비를 중국 현지 공장에 들여올 때마다 일일이 수출 허가를 받지 않고도 반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번 조치로 두 회사는 장비 반입 시마다 별도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기존 공장의 운영을 위한 장비 수입은 허용하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 반입은 승인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모두와 긴밀히 소통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이 원활히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점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내 삼성·하이닉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회사는 중국에서 전 세계 D램의 약 10%, 낸드플래시의 약 15%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애플 아이폰, 엔비디아 AI 서버 등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공급되는 핵심 부품이다.

반면,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과 중국 내 장비 제조사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 밀러 ‘칩 워(Chip War)’ 저자는 “추가 제재가 양쯔메모리(YMTC)나 창신메모리(CXMT) 같은 중국 업체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장비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주요 장비사의 중국 매출 감소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이날 뉴욕 증시에서 램리서치 주가는 4.4%, 어플라이드는 2.9%, KLA는 2.8% 하락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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