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에너지 기본소득 1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5일 서울 롯데호텔 경제포럼에 참석해 '에너지 해양 특화도시 전남'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5일 서울 롯데호텔 경제포럼에 참석해 '에너지 해양 특화도시 전남'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을 공공주도로 추진하고, 발전 수익을 주민에게 배분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구상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려면 법·재원·계통망 등 복합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사가 제안한 '에너지 기본소득 제도'의 핵심은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개발 ▲발전 수익 공유를 위한 '에너지 기본소득 기금 특별법' 제정 ▲지방공기업을 위한 저리 정책금융 신설 ▲광역지자체 권한 확대를 위한 '전남 에너지·해양 특화도시 특별법' 추진이다.

그는 특히 정부가 약 30조 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해 지방공기업에 3% 저리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아울러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 개발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은 국내 최대 수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태양광 발전량 전국 1위(7,000GWh 이상)를 기록했고, 해상풍력 잠재량도 8GW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론적으로는 수 조 원 규모의 발전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 “1조 원 규모 주민환원”이 전혀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영농형 태양광 (파루솔라)
영농형 태양광 (파루솔라)

다만 이 구상에는 몇 가지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우선 전력계통 문제다. 전남에서는 이미 출력제어가 빈번해 발전 설비가 늘어나도 수익으로 곧장 이어지기 어렵다. 

또 공공지분율이나 주민 이익공유율이 어떻게 설계되는지에 따라 실제 환원 규모가 달라진다. 

'1조 원'은 가능성 있는 목표이지만, 구체적 산출 근거와 단계적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으면 과장된 구호로 비칠 위험이 있다.

법적·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3MW 초과 풍력은 산업부 소관이어서 대형 사업에 지방정부 권한이 미치기 어렵다. 

또한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농지 일시사용 기간이 8년으로 제한돼 20년 이상 운영해야 사업성이 담보되는 현실과 충돌한다.

이런 이유로 전남도가 주장하는 특별법 제정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해상풍력 보급 촉진 특별법이 제정돼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어, 권한 이양 문제는 중앙·지방 간 정합성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햇빛·바람 연금'으로 불리는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제도를 준비 중이다. 이 점에서 전남도의 구상은 국가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지역 주민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방식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확산을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다.

전남도의 비전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겨냥한 야심찬 전략이다. 

다만 실현을 위해서는 ▲송전망 확충 ▲저리 정책금융 구체화 ▲주민참여 펀드 및 특별회계 설계 ▲단계별 KPI(3천억→7천억→1조 원) 설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구호적 비전이 아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언제·어떻게·얼마나"의 구체적 로드맵과 제도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추진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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