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H-1B 비자 신청 수수료 연간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대폭 인상 행정명령이 인도 IT 업계와 양국 관계에 파장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은 21일(현지시간) 인도 IT 서비스 산업이 이번 조치로 미국 현지 프로젝트 운영과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의 연장선으로,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인도 아웃소싱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JP모건 등 미국 대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비자 비용 급등은 인건비를 높이고, 결국 인도 내 글로벌 역량 센터(GCC)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000건으로 한정되며, 인도 출신 근로자가 2023 회계연도 기준 전체 수혜자의 72.3%를 차지했다. 인포시스는 2024 회계연도에 신규 H-1B 비자 2504건을 승인받았는데, 새 규정대로라면 최소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정치적 파장도 거세다. 인도 야당은 “모디 정부가 또다시 자국의 이익을 지키지 못했다”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모디 총리는 일요일 대국민 연설에서 소비세 인하를 강조했으나, 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 외교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혔다. 인도의 IT 산업은 연간 2800억달러(약 390조원) 규모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양국 무역 협상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찬더 프라카시 구르나니 전 테크 마힌드라 CEO는 “이번 조치는 지정학적 세력 다툼”이라며 “외국 인재는 환영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소송전 가능성도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명령이 연방 이민법 요건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학자 아루프 라하는 “이번 충격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역효과를 경고했다.
한편, 이번 H-1B 비자 제한 조치는 단순한 이민자 축소 정책이 아니라, 사실상 기술·금융 업계와 대학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력 확대 수단이라는 분석이 더 버지에서 나왔다.
실제로 이번 행정명령에는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라고 판단하면 특정 개인, 기업, 산업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예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예외 규정에 따르면, H-1B 비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MS, 메타, 아마존 등 기술 기업뿐 아니라 JP모건, 딜로이트 같은 금융사, 하버드·컬럼비아 대학 등도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세를 무기로 기업을 압박했던 방식과 비슷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비자 제한을 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