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글로벌 대기업들의 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인공지능(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아가 AI 때문에 해고한다는 것은 업무 자동화를 과시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분석이다.

CNBC는 최근 기업들이 해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대해 기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대기업의 해고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주 슈퍼인텔리전스 랩(MSL)에서 600명을 해고했으며, 구글과 마이크로스프트 등도 주기적으로 수백~수천명을 해고하고 있다.

또, 세일즈포스는 9월 고객 지원 인력 4000명을 해고하며, AI가 회사 업무의 50%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와 듀오링고도 비슷한 문제로 화제가 됐다.

기술 컨설팅 회사 엑센츄어는 AI 재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의 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으며,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AI 도입에 따라 2030년까지 4000개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파비안 스테파니 옥스포드대학교 AI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해고가 진정한 효율성 향상 때문인지 정말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AI를 사용하면 좋은 변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AI 기술의 최전선에 위치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해고의 진짜 이유를 숨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는 팬데믹 기간 중 일어난 과잉 채용을 해결하는 것을 최근 해고의 주요 이유로 꼽혔다.

또, 진로 전문가인 재스민 에스칼레라는 “이런 점들이 AI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라며 ”이제 기업들은 AI 때문에 해고한다고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런 열풍을 더 부추기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AI가 핑계를 넘어 기업의 홍보 수단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래드 개스트워스 서큘러 테크놀로지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메타의 감원은 AI가 실패하지 않고 오히려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며 "이는 수요에 따른 해고가 아니라, AI가 기술 자체의 비용 구조를 변화시키며 발생한 대규모 내부 구조 조정의 결과"라고 밝혔다.

또 "더 광범위하게 보면, 메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등 모든 주요 AI 기업들이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수십억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는 동시에 AI 시스템들이 대체하는 인력을 줄이는데, 이는 사업 부진으로 인한 해고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나왔다.

예일대학교의 정책 연구 센터인 버짓 랩(Budget Lab)은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22년 '챗GPT'가 출시된 이후 미국의 노동 시장은 AI 자동화로 인한 변화가 거의 없었다.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들은 9월 초 뉴욕-뉴저지 북부 지역의 서비스 및 제조 산업에서 기업의 AI 사용이 눈에 띄는 고용 감소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비스 회사의 40%가 올해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25%에서 증가한 수치다. 제조업체도 지난해 16%에서 올해 26%로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AI는 해고보다는 앞으로의 인력 채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 기업 중 단 1%만이 지난 6개월 동안 AI로 인해 직원을 해고했다고 보고했지만, 12%는 AI로 인해 2025년에 직원 채용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스테파니 교수는 AI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구조적 실업이라고 부른다. AI 때문에 사람들은 확실히 일자리를 잃겠지만, 이런 일이 대규모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다.

또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로마 시대부터 등장했다며, 비슷한 현상이 이번 세기에서만 12번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항상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라며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계기가 됐다. 20년 전 인터넷을 떠올려 보면,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나 앱 개발자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