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 AI컴퓨팅센터 후보지로 전남 해남 솔라시도가 사실상 낙점되면서, 그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남솔라시도 조감도
해남솔라시도 조감도

특히 전남도가 삼성SDS 컨소시엄과 사전에 접촉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없는 비밀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절차적 공정성이 무너진 전형적인 밀실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행정학 교수는 "공공사업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전남도가 서류 지원을 빌미로 특정 기업과 사전 조율을 한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는 행정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비밀 행정은 결국 신뢰를 잃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국가 단위의 대형 인프라 사업을 두고 기업과 지자체가 비공개로 논의했다면, 이는 행정의 사유화에 가깝다"며 "도민과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광주-전남 상생의 균열, "큰형님 역할은 어디로 갔나"

광주시는 오랜 기간 AI집적단지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공을 들여온 지역으로,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광주는 침통한 분위기인 반면, 전남도는 'AI 수도 전남'을 선언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해 대조를 이뤘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전남도가 큰형님 마인드로 광주를 헤아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 한 시민단체 대표는 "광주와 전남은 행정 경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공유하는 공동체다. 이번처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상생의 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주전남 특별연합이나 군공항 이전 등 향후 협력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전남도의 이번 행보는 불필요한 감정의 골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도민의 날 행사에서 "전남이 대한민국의 AI·에너지 수도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전은 명분이 있지만 과정이 거칠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연구기관 관계자는 "전남이 미래산업 중심지로 성장하려면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불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비전의 설득력은 떨어진다"며 "성과 중심의 조급한 행정은 오히려 도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청
전남도청

"상생의 길은 독점이 아닌 공유에서 출발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결과'가 아닌 '과정의 공정성'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거버넌스 연구자는 "전남도의 행정이 단기 성과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이 폐쇄적이었다면 이는 도민 자부심이 아닌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공공정책은 성과 독점이 아니라 이익 공유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사회 관계자는 "광주와 전남이 함께 성장하려면 대형 국가사업의 추진 과정부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AI 수도라는 비전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전체가 주인으로 참여할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전남 행정의 '성과 중심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이번 유치는 전남이 성과를 얻은 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과정까지 보면 신뢰의 결핍이 낳은 불완전한 승리"라며 "진정한 AI 수도는 해남이 아니라 광주·전남이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일 때 완성된다"고 말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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