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 및 AI를 선도하는 미 거대기업 구글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에티오피아계 흑인여성 연구원을 사직시킨 것이다. 회사 이익에 큰 손실을 입혀서가 아니라 현재 구글 AI 기술에 편향을 배제하고, 소수인종을 더 영입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해외 종합 언론 및 IT 전문매체는 연이어 이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내 유명 개발자·엔지니어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글을 비난하고 나섰다.
팀닛 게브루 박사는 스탠포드대에서 컴퓨터공학 전공 후 동대 AI 연구소에서 AI의 편견을 정확히 지적하고 제거하려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구글에 입사해 AI윤리팀을 신설하고 공동 팀장을 맡아 근무하고 있었다.
AI윤리 분야에서 리더격인 그가 2일(이하 현지시간) “전날 사내 네트워크에 보낸 이메일 때문에 사직당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다.
NYT 및 플랫포머 등 외신이 공개한 게브루 박사가 쓴 이메일에는 “올 한해 구글에 입사한 여성은 14%에 불과했다”며 “아무리 새미 벤지오가 자체적으로 여성인력을 39% 채용했다 한들 그에 대한 인센티브도 못 받는 것이 구글의 현실”이라고 꼬집고 있다.
새미 벤지오는 세계 최고 딥러닝 석학으로 알려진 요수아 벤지오 교수와 형제이면서 역시나 AI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게브루 박사는 이외에도 상사들이 불시에 회의를 소집해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을 따라야 했던 점과 인사과에 정당한 건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한 점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게브루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분노는 4명의 다른 연구원들과 작성한 연구 논문을 구글이 잘못 처리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논문에는 구글 검색엔진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포함한 새로운 종류의 언어 기술의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천 권의 책을 비롯해 위키피디아 항목, 기타 온라인 문서를 포함한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분석함으로써 언어의 질을 훈련·학습했다. 게브루 박사 연구팀은 텍스트는 편파적이고 때로는 혐오스러운 언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 연구팀은 이 논문을 학술회의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구글의 한 임원은 그녀가 이 논문을 학회에서 철회하거나 연구진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갈등이 원인이 되어 그는 1일 저녁 장문의 이메일을 쓴 것이다.
내부 이메일 발신 후 구글은 즉각 게브루 박사에게 회신을 보냈다. 그가 트위터에 밝힌 바에 따르면 회사 측은 즉각 ‘사임’을 받아들인다고 답을 보내왔다. 그러나 게브루 박사는 “나는 사임하지 않았다. 휴가를 떠나기 전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말했을 뿐”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이후 “여러분, 이게 바로 구글의 모습”이라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똑똑히 보라”고 썼다.
게브루 박사의 트윗은 곧바로 폭발적인 수로 리트윗 되면서 사태가 커졌다. 실리콘밸리 내 유명 엔지니어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게브루 박사를 옹호하는 한편 구글 동료들도 가세해 “너무나 끔찍한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모두들 게브루 박사가 소수인종이고, 여자라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AI 대표 기업이 편향을 줄이는 기술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제프 딘 구글 부사장이 3일 아침 전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안타까운 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이 시작됐지만 모두 연구를 계속해 주길” 당부했지만 소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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