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폐업한 중국 반도체 기업이 347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어진 미국의 중국 견제 조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즈니스DB 플랫폼 치차차(Qichacha) 통계 자료를 인용, 지난 1~8월에 3470개에 이르는 '칩' 관련 기업이 등록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0년 1397개, 2021년 3420개를 훌쩍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전폭적인 투자를 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인 수치다.
유 시에강 중국 반도체 산업 협회 부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오랜 봉쇄 조치로 인해 가전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반기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관을 거친 중국의 IC 수입은 8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12%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로 인한 통제 조치와 미국과의 긴장 고조가 수요 감소와 생산차질로 이어졌다.
이와관련 중국 푸젠성에 위치한 칩 설계회사 GSR 일렉트로닉스의 즈홍린 대표는 “수익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투자가 위축되면 많은 칩 스타트업이 기존에 받은 투자금이 고갈되는대로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칩 설계 스타트업 너링크가 2억위안(약 400억원)을 투자받은지 1년되 지나지 않아 직원 월급을 주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 중국의 카이신/마키트(Caixin/Markit) 제조 구매 관리자 지수(PMI) 조사에는 지난 8월 중국의 공장 활동이 전력부족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PMI는 7월 50.4에서 8월 49.5로 떨어졌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외, 특히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 명령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가 인공 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 작업에 사용되는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대표 사례다. 8월에 미국은 첨단 칩 생산 기술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박찬 위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