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활동에 첨단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아트가 새로운 창작 활동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미디어아트 작품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2 문화기술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미디어아트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영각 신매체 대표를 만나 미디어아트와 인공지능(AI)의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조영각 신매체 대표를 그의 동대문 작업실에서 만났다.
조영각 신매체 대표를 그의 동대문 작업실에서 만났다.

“인공지능에 ‘기계격’이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AI에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 이상의 뭔가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서로 소통하며 작업하는 어시스턴트와 다르지 않습니다.”

조영각 대표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달랐다.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작업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AI는 예전과 달리 작품의 한 요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어떤 '격'을 가지고 작업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AI에 '기계격'이라도 붙여주고 싶다고 말한 이유다.

조 대표는 ‘달리’ ‘스테이블디퓨전’ ‘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 AI 도구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이상의 시 '오감도'와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갈까마귀' 등을 소재로한 미디어아트 작품 '까마귀속 연작'과 아파트 사진에 AI를 접목한 '다음 사항은 상당히 복잡하다' 등은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AI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영각 작가
AI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영각 작가

"저작권 심의위원회가 AI로 작업한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는 등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는 AI를 활용한 작품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저작권 심의위 결정에 답답함을 표했다.

최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심의에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때문이다. 

그는 이를 AI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으로 치부했다. 실제로 아직은 미디어아트 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각종 저작물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이에 그는 "AI는 어시스턴트로 활용할 뿐 다른 작가의 작업과 별반 다를게 없다"면서 "현대 미술에서는 어시스턴트가 그린 그림이라도 작가의 원천 아이디어와 기획이 있다면 작가의 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치미술'을 예로 들었다. 설치업자에게 작품 설치를 맡겼다고 해서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르쉘 뒤샹이 변기 제조회사에서 만든 변기를 그대로 가져와서 전시했어도 미술계에서는 그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AI로 만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구상을 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수많은 시도를 합니다. 의도에 맞는 작품을 선별해내기까지는 많은 창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죠. 이는 오롯이 작가의 영역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AI 작업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아직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AI를 활용한 '뉴미디어아트' 혹은 'AI아트'라는 장르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지속할 생각이다. 

"아직은 불모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작가들과는 다른 길이예요. 물론 약간의 심리적 저항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AI아트'가 예술계의 한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는 지난달 말 여의도 한국 수출입은행 1층 금고 미술관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또 오는 17일까지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열리는 '2022년 명륜동 작업실 결과보고전'에 참가,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상과 사진 작품을 전시한다. 캔 파운데이션의 명륜동 작업실 입주작가 3인이 함께하는 이 전시회에서 그는 기술 환경의 언어와 우리의 언어를 미술로 엮어 다가올 새로운 감각과 이야기를 조망한다.

이성관 기자 busylife12@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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