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기술패권 다툼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경쟁력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컴퓨터, 통신, 소비자 가전, 산업 전장, 자동차 전장 등에 적용돼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 달리오 미국의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또는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을 강력히 쫓아오고 있다”라며 패권은 결국 시스템과 기술의 우수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리오는 향후 부상할 기술을 ‘인공지능(AI)’으로 요약하며, 결국 데이터가 저장되고 프로세싱되는 반도체 기술이 핵심이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AI 반도체 비중이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현재는 작지만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다.
달리오는 2021년 기준 GPU 시장 규모는 약 240억 달러, FPGA는 약 65억 달러 규모이며, AI 반도체 시장규모는 343억 달러로, 이는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 대비 AI 칩의 비중이 6.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3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약 1조 달러 내외로 예상되며, AI 칩 시장이 9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따라 AI 칩 시장 비중이 9.7%까지 증가해 성장 기대감이 다소 낮아진다 하더라도 AI 반도체 시장은 2021부터 2030년까지 9년간 연평균(CAGR) 12%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거의 모든 서비스와 관련된 칩에는 AI가 핵심적으로 도입될 것이다. 가트너는 자율주행이라고 하더라도 비전뿐만 아니라 자연어 처리 등의 분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2030년경이면 전체 비메모리 부문에서 3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및 특정 도메인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 개발을 진행 중이며, AI 기업 및 반도체 기업들은 AI 학습용과 AI 추론용으로 집중해서 시장을 넓혀가는 상황이라고 시장의 흐름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에서 중요한 요소로 경량화를 꼽았다. 왜냐하면 매트릭스 사이즈가 커지면,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10배에서 수십배까지 압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경제적인 AI 서비스가 가능한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칩을 더 빠르고 저렴하면서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추세다. 지난해 구글은 자사의 AI 칩인 TPU(Tensorflow Processing Unit) 설계의 일부를 AI가 수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칩 설계에서 특히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평면배치(floorplanning)’ 과정에 AI를 적용해 수개월이 걸리던 것을 단 6시간 만에 끝냈다고 발표해 주목 받았었다.
평면배치는 건물의 내부 공간을 용도에 맞게 배치하듯이 손톱만 한 크기의 칩 안에 논리 회로(게이트) 수천만 개와 기억 소자(메모리 블록) 수천 개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과정이다. 이 소자들을 연결하는 배선 길이도 다 합치면 수㎞나 된다. 소자 간격이 짧으면 그만큼 배선이 짧고 신호도 빨리 전달되지만 소자들이 너무 밀집하면 전력 소모가 많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칩을 설계할 때는 칩의 용도에 따라 소자 배치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용 칩은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전력 소모를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하고, 데이터센터용 칩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최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성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PIM(Processing in Memory)이 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같은 칩에 하나로 패키징(packaging)해 CPU와 메모리 간 대역폭 차이로 발생하는 병목 문제와 데이터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PIM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병렬 프로세서들과 다수의 메모리 노드들을 서로 연결해 각 프로세서가 각자의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처리하게 해 성능을 높이는 3D 패키징 방식도 각광 받고 있다.
프로세서 칩과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적층) 패키징해서 효율적인 데이터 이동성 뿐만 아니라 높은 전력 효율로 집적도(1개의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소자 수)를 극대화 시킬수 있는 설계 방식이다. 이미 AMD, 그래프코어, 인텔 등이 자사의 AI 칩에 적용하고 있다.
모든 유형의 기업, 최종 사용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심지어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에 걸쳐 AI가 급증함에 따라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2023년에도 계속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AI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또 다른 중요한 추세는 고성능 컴퓨팅(HPC)이다. AI가 공생 관계를 누리는 영역이다.
2023년에 출하되는 약 200만 대의 서버에는 2022년 대비 53% 증가한 일부 컴퓨팅 워크로드를 가속화하기 위한 최소 하나 이상의 코프로세서가 포함될 것이다. 그 중 상당 부분은 GPU, TPU 및 특수 AI 가속기가 될 것이다.
엔비디아의 H100 호퍼 텐서 코어 GPU는 2023년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코드명 '폰테 베키오'인 인텔의 첫 번째 데이터 센터 GPU도 2023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맞춤형 실리콘 '도조 D1'이 장착된 테슬라의 도조 슈퍼컴퓨터는 2023년 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AI 칩 시장은 통합에 직면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스타트업이 크게 증가했지만 벤처 자금이 고갈되고 대부분이 아직 주요 수익원이 없기 때문에 2023년은 그들 중 일부에게 힘든 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신생 기업이 2023년에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텔이 2019년 약 20억달러에 AI 칩 제조업체 하바나 랩스를 인수하고 2016년 딥 러닝 스타트업 너바나 시스템즈를 약 4억달러에 인수 하면서 시장에서 합병이 일어났다.
단순한 실리콘이 아니라 실리콘 기능을 활용하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스택이 이 시장에서 회사를 차별화하는 요소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다.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를 보면 가장 큰 강점은 소프트웨어다. 가장 큰 경쟁사인 인텔과 AMD조차도 강력한 소프트웨어 스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편 거의 모든 AI 칩은 미국에서 설계된다. 그리고 거의 모두 대만에서 제조된다.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는 엔비디아의 GPU를 포함해 세계의 고급 칩 대부분을 생산한다.
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위험할 정도로 고조되었다. 중국이 향후 몇 년 안에 대만을 침공하고 재흡수할 가능성이 있거나 심지어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미국, 기술 세계 및 AI 분야의 주요 전략적 딜레마를 나타낸다. 이 불안정한 AI 하드웨어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23년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첨단 칩 제조 시설 건설에 막대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다.
이 과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TSMC는 애리조나에 두 개의 새로운 칩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4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2026년까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새로운 TSMC 공장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반도체인 3나노미터 칩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요한 AI 하드웨어에 대한 글로벌 공급 기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2023년에는 새로운 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 위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