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플라스크 대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모션캡쳐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설립 3년차를 맞은 스타트업 플라스크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포브스의 '2022 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네이버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 투자도 이끌어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를 설립한 이준호 대표가 25세 젊은이라는 점이다. 그는 포스텍 재학시절 학생창업으로 시작해 불과 2년만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동영상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준호 대표를 만나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이준호 대표가 사업 목표를 밝힌 뒤 환한 얼굴로 포즈를 취했다.
이준호 대표가 사업 목표를 밝힌 뒤 환한 얼굴로 포즈를 취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모든 것을 영문으로 구성했습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반응에 맞춰 제품을 고도화하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방법으로 확장했습니다."

이준호 대표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그는 "이렇게 서비스를 늘리다 보니 지금은 월 사용자가 3만명을 넘어 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면서 "이는 AI 기반 3D 모션 캡처 전문업체 가운데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자랑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기술 고도화에 중점을 둔 것을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이준호 대표는 크게 두 가지를 목표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재방문율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플라스크 서비스가 해외에 알려지면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많은 이용자가 접했지만, 꾸준하게 사용하는 비율은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호기심으로 한 번 써보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술 인력을 하나 둘 영입하다 보니 설립 당시 4명에 불과했던 엔지니어가 지금은 40여명으로 늘었다.

또 다른 목표는 사용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협업 가능한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플라스크는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웹에서 간단하게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URL만 공유하면 장소와 관계없이 전 세계 사용자가 들어와 협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이같은 강점을 십분 활용해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생한 플라스크 커뮤니티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전문가 수준의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서부터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동영상 제작 수요는 무궁무진합니다. 커뮤니티 활동은 사용자를 늘려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모으고 기술을 고도화 하는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플라스크 서비스의 모습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준호 대표가 플라스크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호 대표가 플라스크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라스크는 딥러닝과 포즈 추출을 기반으로 3차원(3D) 캐릭터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동영상 생성 도구다. 특히 애니메이션 제작에 유용하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일반적으로 모션 캡쳐나 키프레임 편집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반면 플라스크는 웹에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하는 캐릭터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별도의 무거운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할 필요도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웹에서 바로 작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춤추는 가수의 영상을 플라스크 웹사이트에 올리면, AI가 인간 탐지와 입체 포즈 추출, 스켈레톤 리타깃팅이라는 기술로 애니메이션 모션 '프로토타입'을 생성해낸다. 이를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다른 캐릭터에 적용하면, 똑같은 동작을 구현한다.

이같은 기능은 애니메이션 기업은 물론이고 게임과 영화 제작사들의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이 작품에 플라스크를 사용해 큰 효과를 봤다는 글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고, CES에서는 디즈니 관계자들이 찾아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CES 현장에서는 플라스크를 소개하는 해외 매체들이 줄을 이었다.

덕분에 이 대표는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학업도 중단했다. 휴학 상태다. 이대표는 포스텍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 정부 사업에 참여해 창업한 케이스다.

연예도 잠시 미뤄뒀다. 그 시간마저 아까운 시기라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개발뿐 아니라 조직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요. 개발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AI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더 공부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는데 전념해야 합니다." 그가 씨익 웃으며 던진 말이다.

이 정도의 기술과 주목도면 미국으로 건너가 대박을 노릴 만도 한데 왜 그러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아직은 개발에 집중할 시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종 목표는 단순히 '좋은 동영상 제작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라고 하면 누구나 어도비를 떠올리듯, 동영상이라면 반드시 플라스크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플라스크를 동영상 분야 운영체제(OS)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영 기자 juyoung0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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