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사진=셔터스톡)
삼성 파운드리 (사진=셔터스톡)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로드맵을 공개하며 AI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 행사에서 최첨단 2나노 공정 기술과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기술을 발판삼아 AI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2025년 모바일용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용, 2027년 오토모티브용 공정으로 확대한다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했다. 2나노 공정 기술을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를 따라 잡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홍콩의 투자회사인 CLSA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한국 증시에서 80억달러(약 104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해 2000년 이후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금액 중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AI의 붐을 타고 무게중심이 반도체로 쏠리며 올해에만 거의 200% 가까이 주가가 폭등한 엔비디아의 주도 하에 삼성전자도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그러나 NYT는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추세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반도체에 대한 기대로 주식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반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엔비디아 등 삼성 고객사들이 TSMC로 공급처를 전환하면서 그 격차도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5% 급감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사업에 74억달러(약 9조6200억원)을 투입했다.

이 중 일부는 AI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분석가들은 AI 열풍으로 메모리 부문이 회복되면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린 것이 보상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지브 라나 CLSA 선임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돌아오면 삼성은 매우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이 스마트폰과 고해상도 TV에서 그랬던 것처럼 생성 AI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엔비디아는 AI 서버 개발에 필요한 D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업체로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를 택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40%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주요 고객에게 HBM의 경쟁 버전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차세대 HBM이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남형 주식조사업체 아레테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HBM 기술 지연은 더 광범위한 문제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보고서에서 김재형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이 D램과 또 다른 유형의 메모리인 낸드 플래시에서도 삼성의 기술을 뛰어넘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보다 더 큰 플레이어”라며 "그런데 삼성이 애플보다 스마트폰을 더 잘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삼성의 문제는 언제나 크게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쓰고 있지만 기술은 뒤처진다"라며 시장 점유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연구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도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지난 5월 경계현 삼성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대학생들과의 대담에서 회사가 TSMC에 최대 2년 정도 뒤처졌다고 인정했다. 이 발언은 오랫동안 기술 리더십에 자부심을 느껴온 회사로서는 보기 드문 인정이었다.

경계현 사장은 이어 2028년까지 삼성의 메모리 칩이 AI 슈퍼컴퓨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5년 안에 TSMC를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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