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화 펀진 대표가 사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득화 펀진 대표가 사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날로 첨단화되는 국방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펀진이 지난 10년간 쌓은 기술을 통해 국방 AI 구축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나아가 사업에서도 도약을 이뤄 보이겠습니다." 

김득화 펀진 대표는 회사를 '국방 AI 전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0년간 국방 AI의 필수 요소인 통신과 컴퓨터 비전,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및 ML옵스(MLOps) 등 기술을 쌓아왔으며, 이를 통해 대표 AI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세계가 AI를 군용으로 활용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AI를 본격적으로 투입했다는 소식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AI 무기 체제를 갖춘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활약하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로봇'이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에 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도 '언노운'을 먼저 언급했다. '킬러 로봇'이라는 타이틀이 좀 껄끄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만 손 놓고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방 AI는 우크라이나에서도 봤듯이 약소국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술"이라며 "데이터 구축이 중요한 AI 특성상 하루라도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펀진은 지난 4월 국방부 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한화와 함께 AI 국방 시스템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현재 국방 AI 개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국방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방 AI의 핵심 기술은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장 상황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통신 기술과 수집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경로 및 무기 체제를 선택하는 AI 시스템, 그리고 드론, 차량, 무기를 가동하는 로봇 운영 시스템 등입니다. 펀진은 이 모든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사업 초기부터 국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또 "당시에는 AI라는 개념조차도 없었다"며 "하지만 현장 수요에 따라 에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펼친 결과,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SK텔레콤에서 무선 사업을 담당하던 그가 펀진에 합류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당시 그는 국내 최고의 무선통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남편인 김정훈 사장을 지원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펀진에서는 이동통신사 통신 품질 관리 사업을 맡아 회사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김득화 펀진 대표와 김정훈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득화 펀진 대표와 김정훈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통사 대부분이 IPTV 사업을 병행하는 분위기에 맞춰 '머신 비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자동화하기 위한 비전 연구에 매진했고, 이후 스마트 골프 카트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용 센서 제작과 지능형사물인터넷(AIoT), 머신러닝, ML옵스(MLOps), 자율주행, 로봇운영 시스템 등의 기술을 축적하고 실제 사업 경험을 쌓았다. 펀진이 국방 AI에 참가한 것은 이처럼 10년에 걸친 다양한 사업 경험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실 우리가 AI 전문 기업이라는 것도 나중에야 의식하게 됐다"며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모두 집합해 2019년에 내놓은 것이 바로 '펀진 AI 플랫폼(파이프)'"이라고 소개했다.

파이프(FAIP)는 엣지 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해 AI를 학습하고 배포하는 서비스의 전 과정을 담은 올인원 플랫폼이다.

지난달 코엑스 열린 'AI&빅데이터쇼'에서도 펀진은 파이프와 더불어 국방 AI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민간 관람객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이를 소개한 것은 이런 기술이 국방만이 아닌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대규모 시설에서 펀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차를 운영하는 등 실제 도입 사례는 흔하다.

'AI&빅데이터쇼'에서 국방 AI를 선보인 펀진 부스
'AI&빅데이터쇼'에서 국방 AI를 선보인 펀진 부스

국방 AI의 핵심이기도 한 파이프는 현재 3.0까지 진화했으며, 곧 3.5 공개를 앞두고 있다. 펀진은 파이프로 지난 2022년 세계 최대의 IT 및 가전전시회인 CES에 참가,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국방 AI라는 타이틀은 실제 사업에도 큰 힘이 된다. 챗GPT로 촉발된 기업들의 AI 도입 붐을 맞아 사업적으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은 통신 분야의 매출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AI 분야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년간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내년에는 250억원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비중 변화와 함께 흥미로운 일도 예고했다. "AI 분야 매출이 통신을 많이 앞지르면, 남편이 CEO를 맡을 것"이라는 것. 

손꼽히는 임베디드 시스템 전문가인 김정훈 사장은 지난 2002년 김득화 대표와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했고, 이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 2010년 펀진에서 다시 뭉쳤다. "합류 당시에는 통신 간판이기도 하고, 여자가 CEO면 혜택도 많아서 아내가 CEO를 맡았다"며 "매출은 농담이고, 최근 업무가 늘어나며 이제는 내가 나서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회사의 이름은 '즐겁게(Fun) 전진(進)하자'는 뜻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부부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서 회사명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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