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출을 중국뿐 아니라 중동 일부 국가에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가를 통해 중국으로 AI 고성능 칩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로이터는 30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 포함된 “2024 회계연도 2분기에 미국 정부가 중동 일부 국가를 포함해 특정 고객과 지역에 'A100' 및 'H100' 제품군을 판매하려면 추가로 허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통지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중동의 어느 나라가 포함됐는지 공개하지 않았으며, 추가적인 수출통제가 "실적에 즉각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분기에 기록한 매출 135억달러의 대부분을 미국, 중국, 대만에서 올렸으며 나머지 국가에 대한 판매는 전체 매출의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매출 비중도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수출 통제는 안보 이슈와 관련되지만, 중동의 경우 수출 통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니왔다. 이번 조치가 중동 국가를 통해 중국으로 엔비디아 GPU가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3000여개에 달하는 H100 칩을 구매했고 UAE 역시 수천개의 AI 칩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AI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이 이번 조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중 수출통제를 받는 엔비디아 제품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지난해 반도체 수출통제 후 대중 수출용으로 만든 저사양 제품 'A800'까지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