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 생성 인공지능(AI)을 제작에 도입한 것은 1년여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래픽 등 게임 일부에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렐루게임즈(대표 김민정)는 전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하드코어 AI 게임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출시한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즈큥도큥)’이나 최근 선보인 AI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생성 AI가 그야말로 '제작의 주역'이다. 그리고 단순히 'AI 게임을 내놓았다'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는 그 이유를 '한발 앞선 시작'으로 꼽았다. "2020년부터 AI 영향력을 예측, 재빨리 증원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라며 "이 분야에서만큼은 우리가 '넥스트 레벨'이라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모기업인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가 일찌감치 AI가 불러올 영향력과 변화를 예측했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AI로 게임 개발의 속도 및 업무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상품 가치와 재미'를 추구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논문 수준 이상의 딥러닝 지식을 갖추는 동시에, 게임의 재미까지 챙겨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면 게임 상품가치가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또 누구보다 먼저 시작한 입장이라 막막함을 견뎌야 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게임은 재미가 없으면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경우, 플레이 리뷰와 피드백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즈큥도큥의 경우 일본 문화를 반영한 영향으로, 한국 외에는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김민정 대표는 "AI 게임 개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술 한계가 아직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도 끝없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가진 아이디어만 30개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GPT-3.5 터보'로 개발하던 자연어 기반 대화형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GPT-4o' 출시 후 이틀 만에 기반 모델을 교체했다.
게다가 모델의 향상된 성능에 따라 게임 개발 프레임워크 자체가 향상됐다. GPT-4o는 '빠른 반응속도'가 핵심인 게임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설명이다.
AI는 개발뿐 아니라, 콘텐츠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추리물 장르에서 AI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사지선다형의 답을 구하는 기존 방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몰입감을 준다. 사용자 리뷰도 이런 점을 공감, "실제 탐정이 된 것 같았다"라는 평이 많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추리 장르가 대형언어모델(LLM)과 잘 맞아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결과"라며 "심지어 LLM이 환각을 일으켜도, 추리게임 특성상 혼란을 주는 장치나 거짓말과 같은 게임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즈큥도큥 개발 과정에서는 전문 게임 개발자가 아닌 인력들도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PD와 음성녹음을 담당한 성우, 그리고 아트 담당 모두 '첫 게임 제작 시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과 한달 만에 생성 AI로 완성한 게임이 좋은 평을 얻고 있어, 앞으로도 음성인식을 이용한 장르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오픈 소스 모델을 활용하며 느꼈던 한계 등을 통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백억 매개변수의 대형모델은 아니더라도, 시스템이나 콘텐츠 일부 이용이 목적인 소형언어모델(sLM)을 목표로 한다. 또 LLM 기반 게임도 하나 더 출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AI로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뉴럴 렌더링(Neural Rendering)'도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분야는 전문 기업들도 온전히 매달려야 할 정도라, 렐루게임즈의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는 "많은 분이 이렇게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하다"라며 "힘들었던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간 만큼, 더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찾아뵙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 자회사 간의 협력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도 생성 AI 기반 엔진을 언급하긴 했지만, 렐루게임즈와의 협력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