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업그레이드와 퀄컴의 새로운 칩 덕분에 이른바 'AI PC'가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광고를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직 AI PC는 극 초기 단계로, 갈 길이 멀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시장조사 기업 IDC를 인용, 올해 출하된 PC 중 오직 3%만이 MS의 처리 능력 기준을 충족하는 AI PC로 간주된다고 보도했다. 진짜 AI PC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현재 분석가들과 리뷰어들도 새로운 노트북의 AI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이다. 에릭 컴튼 모닝스타 분석가는 "소수의 소프트웨어 제조사들만이 AI 작업에 최적화된 새로운 칩을 활용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어, 유용성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AI PC의 차별성은 최신 노트북에 탑재된 신경처리장치(NPU)다. 인텔의 최신 '코어 울트라' 칩, AMD의 최신 '라이젠' 하드웨어,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등에는 전력 효율적인 방식으로 AI 작업을 가속화하도록 설계된 NPU가 내장돼 있다.
NPU는 분명 잠재력이 있지만, MS 윈도우는 그 잠재력을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윈도우는 NPU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며,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NPU가 탑재된 AI PC를 사용하는 경우 윈도우 스튜디오 이펙트(Windows Studio Effects)에 액세스할 수 있다. 윈도우 스튜디오 이펙트는 PC의 NPU를 사용해 온라인 화상 통화에서 사용자가 카메라를 직접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배경을 흐리게 하고, 마이크의 오디오를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윈도우 스튜디오 이펙트를 제외하고 코파일럿이나 그림판의 코크리에이터, 캡처 도구의 OCR 등 윈도우 11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AI 기능 중 그 어떤 것도 NPU를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등장한 여러 AI 기술 데모는 그저 멋진 데모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어도비, 세일즈포스, 센티넬원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은 출시 시점에 맞춰 새로운 컴퓨터에서 AI 도구를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정해 달라는 PC 제조업체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들은 AI 기능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한다. 즉,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 컴퓨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에서 시행된다는 뜻이다.
코파일럿 프로를 사용해 워드 및 엑셀과 같은 오피스 앱의 AI 기능이나 포토샵의 어도비 파이어플라이에 액세스하는 경우에도 모든 처리가 MS나 어도비의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진다. 현재 출시된 소비자용 AI 도구를 사용할 때는 AI PC가 없어도 된다는 의미다.
그나마 AI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은 대부분 하드웨어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콘텐츠 제작자용으로 출시된 것이 가장 많다. 비전문가인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만한 소프트웨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이크 크로스비 서카나 전무이사는 “초기 AI PC 시장에서 콘텐츠 제작자와 같은 기술에 정통한 소비자는 새로운 기계를 더 빨리 채택하지만, 일반 대중은 약간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은 인텔 또는 AMD 프로세서를 위해 구축된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레거시 애플리케이션들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실제로 일부 주요 게임이 AI PC,에서 돌아가지 않는 문제도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AI PC의 주요 판매 포인트는 '더 길어진 배터리 수명'이라고 지작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이 충전 없이도 며칠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돈 맥과이어 퀄컴 CMO는 "AI PC 출시는 중요한 계기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앞으로의 6개월이 아닌, 다음 6년을 내다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IDC는 2026년에도 AI PC는 여전히 신규 PC 출하량의 약 20%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AI PC가 주류를 이루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