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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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톱 수준의 한국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를 담당할 '국가대표팀' 선발에 다양한 의견이 모였다. 특히, 구체적인 방법과 실효성이 중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인공지능(AI) 업계 관계자들은 20일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발표한 '월드 베스트 LLM(WBL)' 프로젝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계획은 "글로벌 톱 수준의 AI 모델 신속 확보를 위해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집중 지원한다"라는 내용 외에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의 관련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심사위원 구성, 서류 심사 등으로 선발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심사의 공정성은 둘째치고, 과연 많은 기업이 참가하겠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등장했다. 정상급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은 기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WBL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기업은 공백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원이 부족한 스타트 업은 참여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일부 기업은 정부의 요청이 와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중으로, 핵심 인원의 장기간 공백은 큰 문제"라는 이유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가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 위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 AI 전문 기업 임원은 "이번 프로젝트는 결국 대기업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하지만 프로젝트에 걸린 상징성 때문에 특정 기업에 몰아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 다수의 대기업이 나눠먹기 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WBL은 모델 개발을 잘하는 일부 기업에 집중 투자로 해결할 수 있다"라며 이 방법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대신, 국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운데이션 모델 하나를 보유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업계에 파급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딥시크가 부각된 것도 단순히 좋은 모델을 내놓았다는 점을 넘어, 개발 과정에 여러 기술을 적용해 추론 비용을 크게 낮춘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트랜스포머 이후 아키텍처 연구에 인력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이는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더불어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1만8000장의 GPU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정부의 GPU 확보 전략 자체는 기간 안에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특히 1만장 이상 대규모 구매하거나 국가 프로젝트와 같이 상징성이 있는 경우, 대폭의 디스카운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정부에서는 모델 학습에 필요한 GPU 및 GPU 네트워크에 주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제시한 수량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빅테크의 경우, 최근 단일 클러스터에 GPU 2만장 이상을 학습에 투입하는 경우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계획은 1만장과 8000장으로 두곳의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적지는 않지만, 많은 것도 아니다.

신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기존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위한 'GPU 확보' 입찰 과정에서도 몇번이나 유찰된 바 있어 GPU 가격 인상 등 요인을 반영할 수 있도록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AI 기업 대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업에 당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클라우드 비용을 지원해 주는 방향이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냈다.

정부가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섰다는 점에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딥시크가 준 기회를 살리자는 분위기도 있고, 한국형 AI에 대한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 측은 "국내 스타트업들과 국가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논의 중인 만큼 국내 LLM을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AI 챌린지에도 일정이 가능하다면 참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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