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영암·나주·여수 4곳 선정…AI·신산업 연계로 첨단기업 유치 견인 기대

전라남도가 미래 에너지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RE100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회의 (사진=전남도)
RE100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회의 (사진=전남도)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남, 영암, 나주, 여수 등 4개 지역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향후 전남의 에너지 전략이 재생에너지 공급지에서 AI·ICT 기반 에너지 신산업 허브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 기술의 고도화와 데이터센터 확산, 전기차 보급 증가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51년까지 현재 대비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규모 중앙집중식 전력망을 확장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탄소중립 목표와도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소비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미래 전략으로 채택했다. 그중 핵심이 바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다. 

이 특화지역은 한전 외에도 민간 사업자와 전력 소비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규제특례가 부여되고, 망 이용요금 인센티브, 신기술 실증 기회 등 다방면의 혜택이 따른다.

전남도, 4개 지역 지정 신청…각 지역 특화 전략은?

전남도는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해남, 영암, 나주, 여수 등 4곳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후보지로 선정하고, 각 지역의 특성과 미래 전략에 맞는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했다.

해남군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한편,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계한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고, 인근 첨단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영암군은 삼호읍 일대를 중심으로 AI 기반 실시간 수요반응(Self-DR)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해 최적화하고,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이웃과 공유하는 스마트시티형 에너지 순환 모델을 구현할 방침이다.

나주시는 독립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나주혁신산단 등 입주 기업들에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저장전기(ESS)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의 자급형 전력 공급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과 동시에 에너지 자립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수시는 묘도 일대를 중심으로 전력계통의 유연 접속 실증을 추진한다. 기존 전력망이 포화 상태일 경우에도, 출력 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새로운 전원을 계통에 추가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포화된 계통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증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남도는 이들 네 지역 모두에서 ICT 기술을 접목한 통합형 가상발전소(VPP)를 운영해, 분산된 재생에너지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 전력수급 체계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 4개 지역은 공통적으로 분산된 발전원을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VPP(가상발전소)'를 적용한다. 이는 실제 수요와 공급을 AI 기반으로 실시간 매칭하며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전남도는 왜 지금, 왜 이 전략인가?

전남은 이미 전국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량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생산지 역할에 머물렀다. 에너지는 생산되지만, 정작 산업 유치는 수도권이나 충청권으로 흘러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특화지역 지정은 전남이 에너지 생산지를 넘어 에너지 소비지이자 신산업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AI 서버팜, 고성능 반도체 공장 등 전력다소비 산업군의 입지를 유도하는 데 결정적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는 이번 특화지역 전략의 목표를 "데이터센터 등 첨단 전력다소비 기업 유치"와 "분산에너지와 AI·ICT 융합을 통한 에너지 신산업 선도" 두 가지로 정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신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수도권·충청권·경북 일부 지역에서도 지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 대부분은 '수요유치형'이나 '신산업 실증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전남도는 이미 확보된 재생에너지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생산 중심-신산업 융합형 모델'을 내세운다.

또한 전남은 기존 송배전망 의존도를 낮춘 자립형 전력생태계 구축, 전남형 RE100 실현, 산·학·연 에너지 생태계 기반 확보 등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부 방침과 전남도의 정책 정합성은?

정부는 2024년부터 지속적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확대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2023년에는 시범지역 위주로 운영됐으나, 2024년 이후부터는 디지털 기반 에너지 실증, 기업 입지 조건 최적화, 제도적 인센티브 확대 등이 주요 과제로 설정돼 있다.

전남도는 이미 스마트그리드 실증지(나주)와 RE100 산업단지 시범사업(해남)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의 테스트베드로 인정받은 이력이 있으며, 그간의 실적과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정부 계획과 정합성을 이룬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전남은 더 이상 재생에너지의 공급지에 머물 수 없다"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통해 첨단기업 유치, 지역소멸 대응, 산업구조 전환을 동시에 이루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이 아니라, 에너지로 경제와 인재를 불러오는 ‘에너지 주도 지역’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규제완화, 신산업 실증, 첨단기업 유치, 고용창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미래형 프로젝트다. 

전남도의 도전은 지금까지의 '전력 수출 지역'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미래형 산업을 직접 설계하는 ‘전력 중심지’로의 전환을 뜻한다.

다만, 그 성패는 실제 기업 입지로 이어질 수 있는가, 주민 수용성과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가, 그리고 다른 지역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남의 이번 시도가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좌표로 기록될 수 있을지, 그 향방은 이제 정부와 지역의 공동 전략에 달려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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