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목포·나주 산단 위기 진단…AI 기반 데이터로 본 산업 구조와 맞춤 해법
전라남도 산업단지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여수·광양·목포·나주 등 주요 산업단지는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핵심 기반이지만, 산업 구조의 노후화, 기술 도입의 정체, 반복되는 안전사고 문제로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일부 신산업 중심의 산단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는다. 전남테크노파크, 지역대학과 연구기관의 조언 등을 토대로 시민과 함께 전남 산업단지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수산단, "위험과 성장이 공존하는 석유화학 메카"
여수산단은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산업단지로서, 노후화된 설비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안전관리 체계의 강화와 노후 설비의 교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여수산단 내 중견 화학기업 안전담당자는 "설비가 4~50년을 넘은 곳이 많다"면서 "대부분 수리로 버티는 구조인데, 안전설비 도입 예산이 절실한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산단 안전보건협의회 한 관계자는 "사고의 상당수는 반복되는 작업 환경에서 비롯된다"며 "AI 기반 이상 징후 감지 시스템이 조기 도입되면 실질적으로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고 밝혔다.
광양산단, "철강 중심에서 스마트 제조로"
광양산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자리한 철강 중심 산업단지다. 고용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기술혁신 속도는 더딘 편이다. 청년 고용률은 정체되어 있으며, 스마트 제조 전환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제철소는 자동화가 되어 있어 보이지만, 실제 작업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인력 의존적이다"며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품질관리까지 가는 수준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광양산단 입주업체 한 대표는 "젊은 인재들이 오지 않으면 공장이 아닌 지역 전체가 늙어간다"며 “지역대학과 협력한 맞춤형 교육과 채용 연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불산단, "조선업 불황 속, 다각화가 해법"
대불산단은 조선·기계 중심 단지였지만 조선업 침체 이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술 도입은 상대적으로 낮고, 고용 유입도 줄어드는 추세다.
대불산단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때 활발했던 중형조선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일자리 생태계 자체가 무너졌다"면서 "조선업만 믿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커졌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목포해양대학교 모 교수는 "해양장비나 해상풍력 관련 신산업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환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산업 다변화도 현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나주산단, "전남의 미래형 산업 실험실"
나주산단은 전남 유일의 에너지 ICT 특화산단으로, 고용률과 기술도입률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견고하며, 청년창업과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한전 스마트에너지센터 관계자는 "전력망과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은 매년 진화하고 있다"며 "한전과 협력해 AI 에너지 관리 플랫폼 실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남테크노파크 관계자는 "나주는 기존 산업단지와 달리 '청년이 돌아오는 산업단지'라는 희소한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문제는 이 흐름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느냐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산단 관련 여러 관계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산업단지별 AI 기반 맞춤 대안 제시'에선 "여수산단 경우, 노후설비 교체 + AI 예측경보 시스템 도입 + 친환경 산업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광양산단은 스마트팩토리 전환 + 고급 철강 R&D 확대 + 지역대학 연계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불산단은 해양플랜트·해상풍력 다변화 + 중소기업 기술지원"으로 "나주혁신산단은 에너지 AI 시스템 고도화 + 청년창업 R&D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단지는 단지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일자리와 삶, 안전과 미래가 직결된 지역 생태계의 핵심이다.
노후화된 산업구조와 반복되는 사고를 그대로 두고선 전남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한국산업진흥협회 한 관계자는 "기술 없이 산업은 없고, 사람이 없으면 기술도 없다"며 "전남의 산단은 이제 '기술'과 '사람' 두 바퀴로 다시 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전남의 산업단지가 기술과 안전, 일자리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할 전환점임을 알고 늦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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