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케어콜·앰뷸런스·챗봇까지…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사회안전망 모델 제시

순천시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복지·응급·행정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안전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스마트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도입을 넘어, 시민의 일상과 생명에 직접적인 가치를 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순천살핌 '안녕 앱'
순천살핌 '안녕 앱'

순천시는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AI 기반 음성 통화 시스템 '순천 케어콜'을 운영 중이다. 현재 약 2,800명의 시민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홀몸 어르신, 고위험 가구 등을 대상으로 주 1회 정기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대화 내역을 기억해 맞춤형 정서 지원까지 수행하는 '디지털 복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왕조1동 거주자 윤 모 씨가 케어콜에 응답하지 않자 담당 공무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했고, 기력을 잃고 쓰러져 있던 윤 씨를 발견해 119로 즉시 이송하며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기술이 단순히 편의를 넘어 위기 대응의 '첫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응급의료 분야에서도 순천시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AI앰뷸런스는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AI가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최적 병원을 연결하고, 최단 경로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구급대원에게 안내한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사에게 생체정보가 전달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일부 선진국 도시에서 '예후 개선 효과'를 입증받은 방식으로, 순천시는 이를 지역 응급의료기관인 순천중앙병원 및 성가롤로병원과 연계해 실질적 운영 체계를 확대 중이다.

행정 서비스도 '스마트화'…AI 챗봇·다국어 번역·반복업무 자동화

시는 행정 업무 효율화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 누리집에서는 24시간 응대 가능한 AI 챗봇 '이루미'가 시민들의 각종 민원 및 정보검색을 지원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실시간 번역 서비스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네이버와 협업한 '공공정보 특화검색' 서비스는 전국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시민이 '순천'을 검색하면 관광명소, 시정소식 등 필수 정보가 AI에 의해 자동 추천되어 안내된다.

전국 다수 지자체들이 AI 기반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순천시의 경우 '기술-복지-응급-정보' 영역이 유기적으로 통합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컨대, 서울시와 부산시도 AI 기반 챗봇이나 노인 안부 확인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전화형 맞춤 대화 AI와 응급의료까지 연계된 순천형 모델은 보다 일상 밀착형이며 지역 중심적이다.

또한, 일본 요코하마시는 고령층 대상 'AI 전화봇 돌봄 서비스'로 외로움과 자살률을 낮췄다는 성과가 있으며, 일부 해외 국가들은 스마트 플러그를 통해 고령자의 생활패턴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순천시는 이처럼 해외의 선도 사례를 지방도시에 맞게 적절히 응용하고 있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24시간 상담 가능한 AI챗봇 '이루미'
24시간 상담 가능한 AI챗봇 '이루미'

"지역병원보다 서울?" 여전히 남은 인식의 벽

하지만 문제는 시민 인식이다. 실제 응급상황 시, 많은 시민들이 광주·서울 대형 병원으로의 이송을 선호한다. 이는 지방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순천시의 AI앰뷸런스 정책이 실효성 있는 결과를 지속해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기관의 장비·전문의·응급실 수용력 강화 등 병행 투자가 필수다.

따라서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AI 시스템의 정확도 향상은 물론 지역병원에 대한 신뢰도 회복과 시민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순천시의 사례는 중앙정부가 미처 닿지 못한 지역의 빈틈을, 지방정부가 AI라는 도구를 통해 메우려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돌봄, 응급, 행정 등 일상의 생명선이 AI로 촘촘하게 연결될 때, 스마트도시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 된다.

순천시의 행보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기술은 따뜻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순천의 답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민 곁을 지키고 있는 지점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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