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구'로 다시 살아나는 지역, 전남의 새로운 생존전략
글로벌 인구감소 시대, 해법은 머무는 사람에게 있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인구소멸'이라는 말이 심각하게 들려오고 있다. 그중 전남은 22개 시·군 중 무려 16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부 지역은 고령화율 40%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사는 사람'이 아닌, '머무는 사람', 생활인구다.

생활인구 일러스트. 출처=김재욱 화백
생활인구 일러스트. 출처=김재욱 화백

생활인구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지역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물며 소비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주말 여행객, 단기 근무자, 장기 체류 외국인, 일일 체험객 모두 포함된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소상공인 매출이 높고, 도시의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며, 공공 인프라의 효율성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전남처럼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 극심한 지역에서는 생활인구 중심의 도시 전략이 '마지막 희망'이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노토마치 '슌란노사토', 농촌에 사람을 붙잡다

인구 2,000명 남짓한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마치. 한때 청년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버린 이 마을은 '사람 없는 마을'로 불렸다. 

하지만 전환점이 왔다. 1996년, 지역 노인들이 주도한 농가민박 프로젝트 '슌란노사토(봄난초 마을)'가 그것이다.

슌란노사토는 1단계: 폐가를 개조한 '시골 민박' 1호점 개장, 2단계: 로컬 식재료 기반 전통요리 체험과 계절별 농촌 일손 돕기 프로그램 운영, 3단계: 민박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오야카타(親方) 토크' 행사로 체류형 콘텐츠 확보, 4단계: 지역 고등학교와 연계한 농촌 교육 관광 연계 프로그램으로 이어갔다. 

그 결과, 매년 2만 명이 넘는 일본 내·외 관광객이 '살아보는 여행'을 하러 찾는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마을의 소득이 증가했고, 청년 10여 명이 귀촌하여 민박을 직접 운영하는 구조로까지 성장했다.

프랑스 '르피구에', 머무는 관광 도시로 탈바꿈

프랑스 남부 소도시 르피구에는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지루한 도시'로 불리며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도시 전체가 '체험형 체류마을'로 리디자인되며 부활했다.

'르피구'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먼저 "예술가에게 빈 점포를 무상으로 임대하여 예술마을을 조성한 후 지역 농산물 장터와 로컬셰프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고 "저녁이 있는 도시 컨셉으로 '밤길 투어 + 와인 시음회 + 문화공연' 프로그램"을 짰다. 

그렇게 하여 본격적인 체류인구와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로 체류시간은 평균 1.8일에서 3.7일로 증가했고, 이중 40%는 '다시 방문하겠다'는 응답을 보였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 2023년 '행정안전부의 생활인구 시범산정 대상지역'에 경남도 유일한 지자체로 선정됐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 2023년 '행정안전부의 생활인구 시범산정 대상지역'에 경남도 유일한 지자체로 선정됐다.

전남,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가?

전남도 생활인구를 충분히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방문형 소비 도시를 넘어 체류형 생활 도시로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전남은 자연·생태 자원이 전국 최고 수준이며, 체험 가능한 농어촌 자원도 풍부하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반의 인프라를 접목해 '스마트 생활인구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

관광 전문가들은 '전남형 생활인구 확장 전략'으로 먼저 "체류형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순천은 정원+습지+야시장을 연계한 2박3일 자연 힐링코스"가 좋을 듯 싶고, "여수는 여수밤바다→해양 액티비티→야간 문화공연 패키지가 적격이다"고 했다. 

또 "광양은 산업 견학+스마트 팩토리 체험 연계 메이커스 프로그램"과 "해남은 대흥사와 명상 체험, 땅끝 일출 연결 프로그램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전략은 '스마트 인구관리 시스템 도입'이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실시간 유동인구 분석을 통해 교통·편의시설 배치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연후에 "AI 관광도우미 챗봇의 다국어 지원을 받아 외국인을 대응"하고 "체류객 대상 로컬 소비 유도 앱을 개발하여 로컬 상점, 음식점, 병원, 문화행사 등 맞춤 추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 '생활인구 유치형 지역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일주일 살아보기 + 귀농귀촌·지역대학과 연계한 계절학기 체험 교실을 '교직원·학생 대상'으로 운영하면 좋다"고 권유했다. 

네 번째, '청년 및 시니어 체류인구 유입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빈 공간을 리모델링 하여 청년들의 창작 공방이나 숙소로 제공"하는 방안과 "고령자들에게 지역해설사 역할을 주어 재사회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을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을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생활인구 확대로 바뀌는 것들

앞서 제시한 다양한 몇가지 방안들의 성공적 실행이 이루어지면, 카드 사용, 숙박, 교통, 식음료 소비 등으로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하고 체험 운영, 관광업,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청년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임대 및 부동산 시장이 개선되면서 상가 공실률이 감소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수 있어, 자연스럽게 정부 평가기준도 개선되어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확충이 가능하다.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는 2023년 '지속가능한 체류형 관광 모델'을 세계적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방문자 수보다 '머무는 시간'과 '지역 기여도'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라는 지침이다. 이는 전남처럼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가장 적합한 대안이기도 하다.

전남의 인구문제는 단순히 '출생률'이나 '전입자 수'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선과 전략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이 될 수 있다면,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경기도 가평이 그랬고, 노토마치와 르피구에가 그랬다. 이제 전남이 그 모델이 되어야 할 때다. "사는 사람만 보지 말고, 머무는 사람에게도 물어보라. 그들이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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