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금의 한계와 청년 귀촌의 현실…민간의 실험은 답이 될 수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은 인구문제에 직면해 있다. '출산율 세계 최저', '고령화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위기 경고가 아니라 일상의 통계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마다 출산장려금과 귀농·귀촌지원금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인구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이제는 묻는다. 정책은 통하는가? 그리고 정책만으로 충분한가?
"정부가 하는 출산장려금은 효과 없다"는 결론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15년간 출산율 반등을 위해 수백 가지 출산지원정책을 쏟아냈다. 그중 대표적인 정책이 '출산장려금'이다.
2006년부터 지급이 본격화되었고, 일부 지자체는 최대 1,000만 원 이상을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23년 "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 없다"면서 "단기적 유인책보다는 주거, 보육, 일·가정 양립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한 지난 2021년 KDI년 "출산장려금 100만 원 증액 시 출산율 증가 효과는 0.01명 수준"이라며 "비용 대비 효율이 낮고, 장기적 정책 효과 미흡하다"고 밝혔다.
2022년 지방행정연구 보고서 역시 "셋째아 이상에 대한 출산장려금 효과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면서 "지자체 간 '돈 풀기 경쟁'은 상징성에 그친다"는 결론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단순히 '돈'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특히 일자리 불안, 육아 부담, 경력 단절 우려 등 삶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는 한 출산장려금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민간은 달랐다, 이중근 부영 회장의 실험
이런 가운데 민간 차원의 실험적 출산 장려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정책이다.
이 회장은 2021년부터 부영그룹 직원 중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원했다.
2021~2023년 출생자녀 70명에게 총 70억 원 지급, 2024년 출생자녀 28명에게 추가 28억 원을 지급, 현재까지 총 100억 원 규모의 '민간 출산장려금'을 시행했다.
이 회장은 "출산장려금 시행 이후 사내 출산율이 증가했고, 조직 분위기도 크게 좋아졌다"며, "출산 문제는 정부만이 아닌 민간 전체가 나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이 회장은 저출생 문제와 함께 고령화 문제도 지적하며, 노인기준을 65세→75세로 단계적 상향을 제안하면서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연계로 고령인구의 경제기여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출산율 하락은 국방 인력 부족 등 국가 존립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며 "정부, 민간, 언론이 함께 나설 때 해법이 보인다"고 말한다.
민간 차원의 실험적 모델이지만, 그 파급력과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청년 귀촌 정책, 왜 실패했는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또 하나의 핵심 축으로 추진된 것이 청년 귀농·귀촌 정책이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년간 청년 농업인을 유입시키기 위해 정착금, 농지 임대, 스마트팜 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했지만, 2024년 기준 청년 귀촌 1년 내 이탈률은 35%를 넘겼다.
실패의 구조적 요인으로 "초기 스마트팜 구축, 토지 확보, 창업 투자비용이 3~5천만 원 이상, 대출·지원만으로는 지속 경영이 불가능"한 ▲'고비용 장벽'이 꼽혔다.
다음으론 "지역별 정책정보 분산에 따른 신청 절차의 번거로움과 '지원 자격'도 까다롭고 일관성 없다"는 ▲'정보 접근성과 행정의 복잡성'과 "마을 단위 중심의 관계망에 청년이 끼어들기 어려움과 '외지인'으로서 소외감, 공동체 단절"의 ▲'농촌 사회의 폐쇄성'이 지적됐다.
여기에 "대부분 1~3년 단기 지원으로 장기정착 생태계 부재와 기술지원·판로연계·멘토링 등 후속 프로그램 미흡"의 ▲'단기 중심의 정책 구조' 등 총 4가지가 실패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귀촌 청년 대상 설문조사(2023, 한국청년정책연구원) 결과 "지자체 정책이 실효성 있었다"는 응답률은 불과 2.1%로 나타나 이는 '제도적 홍보'에 비해 현장의 작동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책의 한계, 넘을 수 있을까?
정부는 여전히 '정책이 정답'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돈만으로 출산을, 보조금만으로 귀촌을 설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구문제 관계자들은 "출산 정책은 장기적 삶의 질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면서 "세종시의 보육시설 확대, 직주근접 공공주택 구조"를 예로 들었다.
이들은 "귀촌 정책은 단기 유입보다 '지속 가능한 농촌 생활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면서 "농지 안정권 보장, 로컬기반 일거리 창출, 마을과의 연결망 강화"와 "민간의 실험을 공공이 학습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은 단추일 뿐, 옷을 만드는 건 사회 전체다"면서 "출산장려금은 정책으로는 실패했지만, 민간의 실험에서 희망을 보았다"며 "이중근 회장의 '출산장려금' 사례처럼, 성과에 근거한 새로운 제안을 환영한다"고 했다.
청년 귀촌은 행정의 손에만 맡길 일이 아니었다. 인구문제는 단일 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정책은 틀을 만들고, 그 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사람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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