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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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그동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다른 회사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통합 시리'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실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래서 애플에는 뛰어난 개발자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7일에는 애플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총괄하던 루오밍 팡 책임자가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랩(MSL)으로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것도 수년간 2억달러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18일에는 추가로 애플 출신 엔지니어 2명이 MSL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MSL에는 애플 출신이 3명이나 포진하게 됐습니다. 이는 단체 영입된 스케일 AI 등을 제외하면 오픈AI와 구글에 이어 3번째로 큰 비중입니다.

즉, 애플에도 인재가 없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애플은 이런 멤버들을 두고도 그동안 뒤처졌다는 소리를 들은 걸까요.

이에 관한 이야기가 22일 관계자들을 통해 디 인포메이션에 전해졌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애플의 AI 전략은 야심도 없고, 단순히 아이폰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췄다는 내용입니다.

그 예로 올해 초 오픈 소스 공개로 인한 갈등을 소개했습니다. 애플 AI 개발 팀은 여러 모델을 오픈 소스로 공개, 외부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애플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를 밝히는 결과가 되며, 이후 모델이 아이폰에 탑재됐을 때 어떻게 변경됐는지를 노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의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은 이를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 일은 연구 중심적인 AI 개발팀과 제품 중심적인 애플의 입장이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습니다.

이후 애플이 통합 시리 모델 출시에 실패하고, 이로 인해 대규모 개편에 착수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AI 개발 팀은 무능하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메타로 넘어간 팡 책임자를 비롯해 일부 인원은 2022년 스타 개발자인 존 지아난드레아와 함께 구글 딥마인드에서 영입된 인재들입니다. 특히, 팡 책임자는 애플에서 딥마인드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인재를 영입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자신도 LLM 개발 및 훈련에 대해서 손꼽히는 전문가였습니다.

이 팀은 2023년 결성된 지 1년 만에 40명 수준으로 확대하며 성장을 계속했습니다. 일부는 올해 초까지도 오픈 AI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플의 최고 경영진은 이를 뒷받침할만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최고의 AI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반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팀원들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거꾸로 어떤 모델을 만들어 줄 것인지 설명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챗GPT를 뛰어넘는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팀은 올해 초 통합 시리 모델을 사내에서 시연하고,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으로부터 "이것이 회사의 미래"라는 칭찬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3월 새로운 시리 출시를 2026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페더리기 부사장(오른쪽)과 지아난드레아 부사장(가운데) (사진=애플)
페더리기 부사장(오른쪽)과 지아난드레아 부사장(가운데) (사진=애플)

이로 인해 AI팀은 경악했다고 합니다. 한 전직 팀원에 따르면, 팀은 출시 지연에 대한 소식을 미리 듣지도 못했고, 모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합니다. 또 이는 지아난드레아를 비롯한 이 팀의 의견이 전혀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애플은 모든 책임을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에 뒤집어씌우고, 그를 끌어 내렸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팡 책임자는 팀원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AI 모델이 아니라 시리와 관련된 문제"라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정타를 날린 것은 애플이 자체 모델 대신 앤트로픽이나 오픈AI 모델을 시리와 통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심각한 사기 저하를 일으켰고, 결국 팡 책임자가 떠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팡 책임자는 기술 지식, 직업 윤리, 그리고 헌신적인 태도로 내부에서 존경받던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이탈은 큰 충격을 안겼다고 합니다.

그 역시 회사를 떠나며 링크드인을 통해 "가장 힘든 점은 지난 4년간 함께해 온 끈끈한 팀을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후 자신이 아끼던 제자와 이전부터 애플에서 주축으로 일했던 2명을 메타로 영입했습니다. 나머지 애플 멤버들도 회사를 떠날 기회를 모색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애플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현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또, 이번에 소개된 내용은 그동안 회사로 인해 무능한 조직으로 치부되던 파운데이션 모델 팀이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조직을 봉합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말입니다.

진짜 문제는 애플의 경영진이라는 최근 지적과도 일치합니다. 일부에서는 팀 쿡 CEO가 떠날 때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애플은 자체 모델 개발 대신, 타사 모델을 탑재하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구글의 '제미나이'를 활용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국내와 달리, 대부분 빅테크가 AI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사실상 AI 경쟁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분명합니다. 또 애플은 AI를 차세대 제품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AI 연구원들은 단순히 돈이 아닌, 사명이나 목표 지향적이라는 말도 상기해 줍니다. 제품 위주인 애플의 AI 전략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급 인력들을 잡아두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22일 주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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