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 대선이 끝나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빅테크 수장들이 잇달아 플로리다 숙소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여기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포함됐으며, 일론 머스크 CEO는 몇달 동안 트럼프 당선인과 동행했습니다.
특히,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과 피차이 CEO의 통화 중 끼어들었다는 이야기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와의 식사 자리에 예고 없이 등장했다는 에피소드 등은 그가 얼마나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웠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는 정부효율성 부서(DOGE)의 수장을 맡아, 인원 감축의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이 시기에 머스크 반대 시위대는 "우리는 머스크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반년이 지났습니다. CNBC는 이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과 기술계 수장들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제목은 '젠슨 황, 워싱턴에서 일론 머스크와 팀 쿡을 능가하다'입니다.
이중 쿡 CEO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과 무역 전쟁이 벌어지자, 베이징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애플은 미국 관세를 피하고 중국에서 성장을 이어갔으며, 쿡 CEO는 뛰어난 정책 추진가이자 베이징에 파견된 미국 기업 특사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는 젠슨 황 CEO에게 완전히 밀렸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엔비디아에 넘겨 줬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미쳤다"라는 말까지 들은 머스크 CEO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부사장은 ”황 CEO는 AI 성공으로 세계적인 인물이 됐고, 정치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라며 ”AI 칩의 중요성이 그를 쿡보다 앞서게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매우 유리한 처지다. AI 혁명을 촉진하는 칩은 세계에 단 하나뿐인데, 바로 엔비디아의 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황 CEO 의 행보를 보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초기 비교적 잠잠했던 그는 중국용 'H20' 수출이 금지된 4월부터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미국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이기는 일"이라든지 "미국 칩 수출을 억제하면 화웨이만 도와주는 것" 등과 같은 말은 현재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이달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했고, 여기에서 H20 수출 재개를 끌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정부의 ‘AI 액션 데이’ 행사는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엔비디아와 오해가 있었다며, 황 CEO를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도 무대에 올라 "미국의 강점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화답했습니다.
특히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AI 계획은 황 CEO가 주장하던 내용을 반영한 것은 물론, 엔비디아 칩을 세계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테슬라는 실적 발표에서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분기 매출 감소를 보고했으며,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제외 조치에 따라 직원들에게 "어려워질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머스크 CEO의 앙숙인 샘 알트먼 CEO가 1년여에 걸쳐 그를 따돌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AI 친구가 됐다는 사실도 전해 드렸습니다. 또, 그가 머스크 CEO를 따돌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게이트'를 발표하게 된 과정도 화제가 됐습니다.
알트먼 CEO의 주장도 미국 정부의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AI 정책에서는 알트먼 CEO가 강조하던 "미국 모델을 외국에서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하자"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황 CEO와 알트먼 C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따로 만나지 못했던 대표적 인물들입니다. 특히, 황 CEO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대만과 중국 지사에서 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2억5900만달러(약 3565억원)라는 거금을 쓰고 반년 이상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머스크 CEO는 이제 적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AI 칩과 AI 모델을 보유한 두 CEO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통령의 중요한 조언자가 됐습니다.
물론, 몇개월 뒤에는 이들도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은 미국과 중국의 특수한 관계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어 24일 주요 뉴스입니다.
■ "GPT-5, 다음 달 초 출시...오픈 웨이트 모델은 7월 중 공개"
GPT-5와 오픈 웨이트 모델이 곧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입니다. 오픈AI 내외부 관계자들의 말도 일치합니다. 이번에 공개될 모델이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 알리바바, '클로드' 맞먹는 오픈 소스 AI 코딩 모델 출시
알리바바가 모델 출시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키미 K2'를 뛰어넘는 언어모델을 공개하더니, 이번에는 '클로드'와 맞먹는 오픈 소스 코딩 모델까지 선보였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엄청납니다.
■ 카카오, 소형 멀티모달모델 오픈 소스 공개...네이버보다 성능 뛰어나
카카오가 3B 규모 멀티모달모델을 오픈 소스로 출시했습니다. 네이버 동급 모델과의 벤치마크 결과가 눈에 띕니다. 카카오는 벤치마크 대부분에서 자신들이 앞선다고 밝혔습니다.
AI타임스 news@aitimes.com
